엄마의 엄마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9
스즈키 루리카 지음, 이소담 옮김 / 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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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을 읽고 싶었다. 제목인 [엄마의 엄마]에서 이 소설은 가족. 가족을 소재로 하는 소설이라고 꼭 따뜻한 내용은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어쩐지 스즈키 루리카의 [엄마의 엄마]는 따뜻한 이야기일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엄마의 엄마](원제목은 '태양은 외톨이')는 주인공인 '다나카 하나미'가 등장하는 세 개의 에피소드('태양은 외톨이', '신이시여 헬프', '오 마이 브라더')로 이루어진 소설집이다.

일본판의 원제인만큼 '태양의 외톨이'가 메인 에피소드이다.

엄마(마치코)가 돌아가셨다고 이야기한 외할머니(다쓰요)의 등장으로 깜짝 놀라는 '하나미'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돌아가신 줄 알았던 외할머니가 살아있는 것도 충격인데, 심지어 엄마에게 돈을 받으러 왔다니? 하나미의 엄마는 왜 그에게 외할머니의 존재를 숨긴것이며, 외할머니는 왜 갑자기 등장해서 돈을 받으려 하는지 등의 수수께끼 같은 가정사가 하나씩 드러나면서 가족이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주인공은 하나미지만 주변 인물인 겐토와 사치코의 가정사도 꽤나 복잡한 설정이고 또 그들의 이야기도 하나미의 이야기와 함께 진행되기 때문에, 다소 정신없이 흘러가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그것대로 또 나쁘지 않은 느낌이었다. 스페셜 드라마 한 편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이다.

책 디자인이 정말 마음에 든다. 몽글몽글한 그림체도 좋은데,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인물을 표현한 점이 재미있다. '신이시여, 헬프'의 화자는 하나미의 친구인 '신야'라는 소년이다. 그런 만큼, 여기서는 하나미와 하나미의 엄마만 등장하는데, 일러스트로 하나미 가족 중 이번 챕터에서는 누구누구만 나옵니다 하고 알려주는 것 같아서 재밌었다.

'신이시여, 헬프'에서는 '신야'라는 소년이 겪는 이성에 대한 관심, 가족에서 독립하고 싶어하는 마음, 정체성 탐구 등의 10대가 겪는 전형적인 문제들에 대해 다루고 있어서 이전 에피소드에 비해 풋풋하고 귀여운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 에피소드인 '오 마이 브라더'에서는 오컬트에 심취한 '하나미'의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인 '기도 미쓰오'가 화자로 등장한다. 기도 선생님이 오컬트에 심취하게 된 이유를 알 수 있는 에피소드이다. 패러렐 월드라는 sf적인 미스터리 소재를 현실적으로 풀어내는 점이 인상깊었다.

사실 [엄마의 엄마]는 소재 자체는 그리 따뜻하지 않다. 가난, 한부모 가정, 가정 폭력, 젠더 이슈 등의 무거운 주제들을 듬뿍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따뜻하다고 느낀 것은 등장인물들이 삶을 대하는 긍정적인 태도를 느꼈기 때문일 거다. 태양이 구름에 가려져도 열기는 가려지지 않는 것처럼. 인생은 언제나, 관조적으로 볼 수 있다면 희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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