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들이 사는 나라 (30주년 기념 특별판)
신형건 지음, 강나래 외 그림 / 끝없는이야기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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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로 이사오기 전에 이년 남짓 서울에 산 적이 있다.

그때 구청에서 운영하는 평생교육원에서 글쓰기를

공부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글쓰기 공부는 처음이었다.

강사님은 문학을 전공하신 분이었다.

 

 

그 무렵의 글쓰기 공부는 마치 마른 땅에 물이 스며들듯,

허기진 사람이 음식을 만난듯 참으로 유익한 시간이었고

행복한 시절이었다.그때나 지금이나 글쓰기는 마치 내 마음

한켠에 작은 뜨락을 가꾸듯, 소소하면서도 멈추기 어려운 취미다.

 

 

이 책은 신형건 시인이 쓴 동시집인데 30년전에 초판이 나왔었고,

올해 30년 특별판이 출간되었다. 생각해보면 참 대단한 책이다.

30년의 세월 동안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책이라 더 감동이 깊다.

그 오랜 세월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이유가 무얼까 생각했다.

 

 

그러던 중 시집에 실림 동시의 제목에 자연 관련한 것이 많다는걸

깨달았다.자연은 어른이아 아이들이나 모두가 좋아하고 그리워하는

우리네 마음의 고향이 아닌가. 그런 자연을 주제로 동시를

지었기에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은게 아닐까.

 

 

시란 떠오르는 단상을 압축하는데서 더 나아가

낯설게 표현해야 한다고 배웠다.그건 동시도 마찬가지란다

이 책에 실린 동시들을 읽다보면 왜 동심을 해맑다고

하는지 이해가 간다.시 한편 한편마다 작가가 자연에서 길어

올린 맑은 시어들이 빛난다. 문득 작가의 고향이 시골이고

부모님이 농사를 지으셨나?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보리밟기, 써레질, 꼴베기, 물꼬 등 직접 농사를 지어보지

않았다면 생소한 단어로 여겨질 수 있는 단어들을 제목으로

정했기에 말이다. 농사와 관련한 단어들 외에도 작가는 자연에서

많은 시어를 건져올렸다. 들판과 오솔길, 연못가, 개망초꽃,

조약돌, 철길, 참새, 까치 그리고 봄비에 이르기까지.....

 

 

'가랑잎의 몸무게'라는 시를 읽으면서 나는 작가의 동시가

맑고 빛나는데 그치지 않고,깊고 그윽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에서 제일 내 마음에 든 < 가랑잎의 몸무게>를

옮기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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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잎의 몸무게*

 

가랑잎의 몸무게를 저울에 달면

'따스함' 이라고 씌여진 눈금에

바늘이 머무를 것 같다.

그 따스한 몸무게 아래엔

잠자는 풀벌레 풀벌레 풀벌레...

꿈꾸는 풀씨 풀씨 풀씨....

제 몸을 갉아먹던 벌레까지도

포근히 감싸주는

가랑잎의 몸무게를 저울에 달면

이번엔

'너그러움' 이라고 씌어진 눈금에

바늘이 머무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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