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 (50주년 기념판)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한음 옮김 / 을유문화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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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영역의 지식을 전해주는 책을 읽을 때는 늘 큰 재미가 있다. 분야에 상관없이 이 세상의 모든 현상을 자신만의 학문적 영역으로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증명해 내는 과정은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이기적 유전자》 역시 그 흥미로움의 궤를 함께한다.

사람이라는 존재를 '생존 기계'라 칭하고, 유전자는 인간의 삶을 설계하는 프로그래머로 비유한 시도 등이 무척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과학 책이라는 선입견과, 처음 만났을 때 두툼한 두께에 압도당했던 첫인상에 비해서는 꽤나 대중적인 재미를 갖춘 책이었다. 6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꾸준히 넘겨낼 지구력만 있다면, 제목과 표지만 익숙했던 스테디셀러 '벽돌책'을 정복했다는 뿌듯한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저 사람은 왜 저럴까?"라는 의문이 들 때면 우리는 흔히 개인의 역사(가정환경, 학창 시절 등)나 MBTI 같은 지표에서 그 근거를 찾곤 한다. 나 역시 인문학적 잣대로 사람의 언행을 해석하고 평가하는 데 익숙했던 터라, 《이기적 유전자》가 제시하는 새로운 사유의 방식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 책을 읽은 뒤로는 문득 내 아이들을 바라보며 '이 친구들의 유전자는 나에게서 흘러나와 어떻게 얽혀 있는 걸까' 하고 골똘히 상상해 보게 된다. 역시 좋은 책은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렌즈를 장착해준다.

서점에 갈 때마다 눈에 띄었지만, 출간된 지 반세기가 지나서야 비로소 책장을 펼쳐보게 되었다. 이렇게 만나려고 그토록 오랜 시간이 흘렀나 보다. 새삼스럽지만 참 흥미진진한 시간이었다. 그동안 학계에서도 유전자에 대한 담론은 끝없는 변주를 거듭해 왔을 텐데, 여전히 이 책이 독보적인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정말 대단하다. 리처드 도킨스, 그리고 《이기적 유전자》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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