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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의 피아노맨 - 신해철에서 퀸까지, 스포츠의 심장을 뛰게 한 노래들
한성윤 지음 / 싱긋 / 2026년 5월
평점 :
음악과 스포츠라, 처음 이 책의 소개를 접했을 때 머릿속에 떠오른 호기심 가득한 질문이었다. 한 편의 드라마 같은 명승부 뒤에 흐르는 선율이란 과연 어떤 느낌일까. 책장을 덮은 지금, 나는 이 책을 선택한 것이 내 삶에 찾아온 너무나도 멋진 행운이었다고 확신한다. 가뜩이나 지금은 대한민국의 월드컵 32강 탈락이라는 아쉬운 결과 때문에 마음 한구석이 텅 비어 버린 듯 허전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터였다. 스포츠가 주었던 열광과 환희의 자리에 찾아온 깊은 공허함을 달래줄 무언가가 간절했던 나에게, 이 책은 멈춰버린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드는 따뜻하고도 역동적인 처방전이 되어주었다.
‘퀸(Queen)’과 ‘신해철’! 책 표지와 목차에 새겨진 반가운 두 아티스트들의 이름만으로도 책장을 펼치기 전부터 가슴이 뜨겁게 설렜다. 두 아티스트를 비롯, 세대를 초월해 수많은 이들의 영혼을 흔들었던 거장들의 음악은 그 자체로 이미 하나의 거대한 서사이자 뜨거운 에너지를 품고 있다. 내가 익히 알던 명곡이 스포츠라는 치열한 승부의 세계와 어떻게 맞물려 돌아갈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짜릿한 전율이 일었다. 그들이 남긴 불멸의 멜로디가 초록빛 필드와 야구장, 그리고 뜨거운 함성으로 가득 찬 경기장 위로 어떻게 울려 퍼지는지 확인하는 과정은 읽는 내내 깊은 향수와 카타르시스를 동시에 선사했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저자의 독보적인 시선과 깊이 있는 내공에 있다. 30년 경력의 베테랑 스포츠 기자가 풀어놓는 비하인드 스토리는 깊이의 차원이 달랐다. 단순한 경기 기록이나 단순한 인터넷 검색, 혹은 통상적인 기사로는 결코 찾아낼 수 없는 현장의 거친 숨소리와 진짜 이야기들이 페이지마다 아낌없이 쏟아졌다. 승부의 결정적인 순간, 선수들이 마주했던 심리적 변화와 그 이면에 얽힌 비화들을 마치 눈앞에서 중계하듯 생생하게 복원해 낸다. 스포츠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음악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결합된 저자의 유려한 스토리텔링 덕분에,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앉은 자리에서 뚝딱,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을 만큼 강한 몰입감을 자랑한다.
음악은 우리의 삶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기쁨과 슬픔, 분노와 환희라는 희로애락의 모든 감정을 단 몇 분의 선율 속에 완벽하게 녹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 역시 마찬가지다. 승리와 패배가 매 초마다 교차하는 사각의 링과 넓은 그라운드는 우리 삶의 축소판이며, 그 속에서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수많은 교훈과 깊은 인사이트를 얻는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와 인간적인 드라마가 결합된 스포츠, 그리고 감정을 극대화하는 음악은 결국 같은 뿌리를 공유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매 순간 음악과 매칭할 수 있는 스포츠는 그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완벽하고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한 쌍이다.
책을 읽으며 저자가 소개하는 서사를 따라 스마트폰 플레이리스트에 좋아하는 노래들을 하나씩 추가하며 읽어보기를 권한다. 활자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추억과 영광의 스포츠 명장면들이 귀로 흘러드는 선율과 완벽하게 맞물릴 때, 스포츠의 극적인 드라마와 음악의 서사가 하나로 녹아드는 놀라운 기적을 경험할 수 있다. 월드컵 탈락의 아쉬움과 허전함은 어느새 사라지고, 그 자리에 승부를 초월한 인간적인 감동과 가슴 저릿한 위로가 가득 차오른다. 경기장의 열기와 불멸의 멜로디를 동시에 만끽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인생의 플레이리스트를 바꿀 최고의 안내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