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혼자가 되어 있다. 자발적으로 선택한 10인 가정의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나름 유쾌하고 멋지게 살아가고 있다. (필요하다면) 이혼을 하고 혼자 살아 보는 것이 중요한 경험이라고 말한다. 나는 그와 달리 결혼 예찬론자이며 결혼이야말로 꼭 해 봐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나와 작가의 말을 둘 다 틀리지 않다. 반사회적 사상일 수도 있지만 개인이라는 존재가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주어진 삶에 최선과 예의를 다 한다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품은 방향성이 중요하다. 작가는 그게 명확하게 잡혀 있으며 그 방법의 하나는 이혼이었다는 것이다. 1인 가정을 선택하고 살아가는 용기. 삶이라는 명쾌하면서도 불친절한 시험문제에 작가는 두려움 없이 답하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용기라고 생각했지만, 작가는 선택할 수 있었던 유일한 보기였던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원 가족은 가끔 보는 게 좋다. 가능하면 안 보는 것도 좋다. 결혼을 하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작가는 다시 기꺼이 부모님과의 삶을 선택 한다.농사를 매개로 하여 가족이 재창단되고 각자 새로운 역할을 찾아가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마냥 열정과 에너지가 넘치는 80대 아버지, 정신이 다소 없지만 뭔가 귀엽고 따뜻해 보이는 어머니와의 인생을 택한 오십대 딸. 누가 보면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겠느냐 하지만 작가는 잘 살고 있다. 누가 걱정해 줄 부분이 아니다. 책 제목만 보면 귀농 일기 정도로 보이지만 결국 모든 과정에서 찾아야 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굵직한 메시지가 탄탄하게 자리 잡고 있다. 전체적으로 유머러스한 문체를 유지하지만 절대 생각 없이 웃으며 볼 수만은 없는 처절한 삶의 굴곡들이 만져진다. 동시에 함부로 남의 인생을 갖고 자신의 기준으로 재단 하고 평가하는 무례한 사람들이 떠오른다. 작가는 용기 있게 살아가는 모습으로 그들에게 일침을 날리고 있다. 일면 고독할 수도 외롭기도 한 상황 속에서도 글을 쏟아 내는 작가의 꾸준한 열정, 아니 열정적인 꾸준함 인건가? 아무튼 그 펄떡거리며 뜨겁게 살아 숨쉬는 뭔가가 느껴져서 참 좋았던 책이었다. 이런 책을 읽으면 나는 내 인생에 대해서 얼마나 진지했는지를 돌아보게 된다.작가는 통념적 직업이라는 틀에선 은퇴했지만 계속 일종의 직업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밭으로 출퇴근하며 불가피하게 생기는 부모님과의 소소한 알력 다툼과 반대급부로 주어지는 가족애와 함께. 고양이와 함께 글을 쓰면서, 분주한 책임감으로 여전히 잘 살아가고 있다. 나도 저럴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보단 어디선가 이 책을 통해 어려운 결정을 앞둔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