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없는 미래에서도 희망은 있다는 단순한 결론에 이르기 위한 무수한 생각"이 작품에서 그리는 2029년은 다시 찾아온 팬데믹으로 모두가 마스크를 하고 있다. 우리가 몇 년 전 겪은 그때와 차이가 있다면 AI가 마스크 착용을 철저히 감시하며 바로 행정조치까지 내린다는 것이다. 인상 깊은 오프닝으로 대변되는 어두운 미래를 쉴 새 없이 얘기한다. 작가는 미래 세계의 가장 큰 특징으로 '통제'를 말한다. 생체에 신분증, 각종 결제 수단 등이 통합된 디지털 지갑을 심는 것이 일반화 된다. 일견 상당히 편해 보이지만 이면엔 개인의 모든 삶과 정보를 중앙에서 감시 및 통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주인공 유혁은 이런 사회의 각종 조치에 반대하고 불이행하는 데 앞장선다. 하지만 유혁이 엄청나게 큰 힘을 갖고 반발하는 것이 아니다. 2만 명 정도 구독자를 보유한 동영상 크리에이터이며 한 달에 10만 원 정도 수입이 나오는 블로거일 뿐 그 외 직업은 가질 수 없다. 2029년은 백신을 맞지 않으면 대형마트도 가지 못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 설정은 상징적이다. 기술의 발전은 점차 통제력의 강화를 의미한다. 그 힘은 상상 이상이라 미약한 개인에게도 굳이 힘을 가할 수 있을만큼의 여유가 넘치게 된다. 읽는 동안 부지불식간에 소름이 돋는 순간이 온다. 지금까지 나온 각종 디스토피아 물처럼 세상이 핵전쟁이나 기후 이상으로 거의 망해버린 후에 처절하게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그렸다면 차라리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봤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지금도 살아가는 일상의 배경이라 더 그랬다. 아니, 주인공 유혁을 제외하고 정부가 발표하고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를 아무 말 없이 받아들여 무난하게 살아가는 절대 다수의 사람들은 지금 우리처럼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있을 것이다. '알려고 하면 다쳐'라는 메시지가 계속해서 전해지는 듯 하다.유혁의 여자친구 주은 또한 평범한 일상을 추구하고 정부의 지침에 따라 성실하게 이행하는 절대 다수의 사람들을 대표한다. 유혁의 위험천만한 스쿠브(지금의 유튜브 같은)활동을 경계하고 두려워한다. 백신 패스가 없어 맛집이나 카페 데이트도 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일상의 행복을 굳이 놓치면서 살아가는 음모론자를 향해 분노로 분출된다. 만약 진짜로 이 사회를 철저하게 통제하고 싶은 누군가가 있다면, 유혁과 주은 사이의 갈등을 계속 야기하는 게 그들의 최종 목표일 것이다. 책에도 나오지만 인간은 지배받는 것을 편하게 생각하기에 기꺼이 복종하고 정부는 그들이 적당히 빚을 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 체계를 조작한다. 복종을 거부하고 정보의 빈틈을 찾아 침투를 노리는 자는 가볍게 힘으로 잡아 들여 다시 교육 시키면 그만이다. 어느 쪽에 서는 것이 좋은 것일까?이 작품은 답 없는 질문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든다. 유혁이 주도한 온라인 모임의 대화 양상을 보고 있노라면 흥미로우면서도 아득해진다. 진짜 이렇게 되면 안 될 텐데, 아니 이미 그렇게 돼버린 건 아닐까? 하지만 인간은 항상 완벽하진 않지만, 최선의 대안을 세워왔다. 그게 정부 주도든, 일반 국민들의 단체 행동이든 수단은 다양했다. 결말 부분, 수개월간 헤어져 있다 재회한 유혁과 주은의 마지막 일상적 대사가 일말의 희망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에게 해주는 말 같기도 했다."우린 잘할 수 있을거야. 잘할 수 있을거야"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소중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