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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삽니다
장양숙 지음 / 파지트 / 2022년 3월
평점 :
대한민국은 장애인이 살기 힘든 나라다.
대한민국은 여성이 살기 힘든 나라다.
그렇다면 장애인인 여성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장양숙 작가가 바로 그 장애인인 여성이다.
처참한 인생이 주어졌지만 당당하게 살아 온 한 인간의 자아실현기이다.
그리고 아직 그의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다리 한쪽이 없는 것은
단순히 '힘들다'는 표현만으론 부족하다.
의족과 맞닿은 절단 부위는 오랜 시간 활동하기 힘들 정도로 아프다.
하지만 더 아픈 것은 최측근들의 거추장스러워하는 시선이다.
육체의 고통과 마음의 고통이 더해지니 온전히 살 수 없는 게 당연할 것이다.
작가는 타협하지 않았다.
아니, 그럴 수 없었다.
가족이 있었기 때문이다.
1급 장애인인 남편, 그 남편만 바라보는 시어머니,
감사하게도 비장애인으로 나와준 딸.
그들을 위해 아픈 다리로 행상을 한다.
학습지 영업을 뛴다.
그리고 잘하게 된다.
'다리 병신'이었던 한 소녀는
엄마가 되고, 팀장이 되고,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 간다.
그리고 육체 장애를 가진 그를 통해
나의 내면의 장애를 보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장애인일 수 있다.
눈에 보이는 장애 말고,
스스로 속일 수 있을 만큼의 장애는 모두 있다.
내 마음의 장애를 인정하고
내 삶에 솔직하게 임할 수 있는가?
작가는 해냈다.
과거에 매몰된 꿈을 다시 현재로 가져왔다.
잘 나가던 직장인 신분을 내려놓고
세상 모든 장애인을 위한 삶을 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동안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자신을 가장 힘들게 했지만
자신보다 힘들었을 가족을 용서한다.
그리고 가슴 아린 고백을 한다.
힘들게 살아왔지만 어루만져 주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나를 자식으로 둔 부모님이다. 나를 가족으로 둔 형제들이다. 나를 보며, 장애인만 보면 마음이 아팠을 가족들, 내가 다 아플 테니, 제발 더는 아파하지 않기를. (p.196)
엉망진창으로 보였던 삶은
적어도 장양숙에겐 저주가 아니었다.
그런 삶마저 품는 멋진 사람으로
다시 살게 한 축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