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엔딩
이진영 지음 / 파지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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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네이트판이 엄청 유행했던 때가 있었다. 나도 많이 들여다 봤다. 그곳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있었다. 어디 가서 말하고 싶지만 내 얘기인 것만큼은 숨기고 싶을 때, 그렇게도 말하기 힘든 거친 이야기가 있을 땐 비슷한 사연을 읽는 것으로 위안이라도  삼고 싶을 때 우린 그 판을 찾았다. 


이진영 작가는 책 한 권에 걸쳐 우리의 마음의 고향, 네이트판을 운영해 주고 있다. 그 용기에 먼저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이 책의 집필로 작가의 상처가 일부 치유라도 이뤄졌기를 바라본다.


제목이 강렬하다. 이미 타이틀만으로 엄청난 일이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기대 이상의 대박 사건이 있었다. 에세이 서평 쓰면서 스포일러 혹은 그에 준하는 내용을 쓸까 봐 노심초사한 첫 번째 경험을 했다. 궁금한 분들은 책을 사봐도 충분히 충격적일 스토리가 펼쳐진다. 


언젠가 에쿠니 가오리의 핑크빛 가득한 표지의 책을 읽으며 감상을 쓴 일이 있었다. 가오리는 스릴러 작가라고 말이다. 부부간에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을 썼고, 이미 일은 벌어졌으니 상호 간 언급하지 않는 공평한 서스펜스 때문에 양쪽의 비밀을 아는 난 그 책을 읽는 내내 고통스러웠다. 


그때와 비슷한 감상이었다. 책장을 넘기다가 힘든 부분에서 깊은 한숨과 함께 허공에 시선을 흩뿌린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다시금 작가의 고통, 용기에 가슴이 미어질 지경이었다. 작가는 신기하게 나와 동갑, 결혼도 비슷한 시기에, 당연히 부부생활의 기간도 거의 비슷하다. 그래서인지 F 제로의 ENTJ 유형인 내가 없던 감정의 동요가 바쁘게 이뤄졌다. 말이 복잡했는데, 이런 몰입감을 준 에세이는 실로 오랜만이었다는 말이다.

가장 내 마음에 남은 문장은 이것이다.

📚 "나는 다시 한번 그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 사실 다른 방법이 없었다." (P.170)​ 📚

어떤 상황에서도 결혼의 인연의 깰 수 없음을 전제하는 말이면서 스스로를 해치는 기억과 경험에 대한 망각을 촉구하는 말로 들렸다. 놀랍게도 이 문장이 등장한 이후 작가의 마음에는 드라마틱한 변화가 발생한다.

역지사지의 투혼을 발휘하면서 스스로를 남편의 상황에 놓고 살아가보고 있었다. 용서는 할 수 없어도(평생 용서하지 않길 바란다.) 일말의 공감이라도 하려고 애쓰는 모습에서 이 부부의 안녕을 더욱 응원하게 된다. 그 두 사람을 공격한 시련들 앞에서 보란 듯이 잘 살아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작가의 다음 책이 기대되는 마음까지 이어진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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