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네이트판이 엄청 유행했던 때가 있었다. 나도 많이 들여다 봤다. 그곳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있었다. 어디 가서 말하고 싶지만 내 얘기인 것만큼은 숨기고 싶을 때, 그렇게도 말하기 힘든 거친 이야기가 있을 땐 비슷한 사연을 읽는 것으로 위안이라도 삼고 싶을 때 우린 그 판을 찾았다. 이진영 작가는 책 한 권에 걸쳐 우리의 마음의 고향, 네이트판을 운영해 주고 있다. 그 용기에 먼저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이 책의 집필로 작가의 상처가 일부 치유라도 이뤄졌기를 바라본다.제목이 강렬하다. 이미 타이틀만으로 엄청난 일이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기대 이상의 대박 사건이 있었다. 에세이 서평 쓰면서 스포일러 혹은 그에 준하는 내용을 쓸까 봐 노심초사한 첫 번째 경험을 했다. 궁금한 분들은 책을 사봐도 충분히 충격적일 스토리가 펼쳐진다. 언젠가 에쿠니 가오리의 핑크빛 가득한 표지의 책을 읽으며 감상을 쓴 일이 있었다. 가오리는 스릴러 작가라고 말이다. 부부간에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을 썼고, 이미 일은 벌어졌으니 상호 간 언급하지 않는 공평한 서스펜스 때문에 양쪽의 비밀을 아는 난 그 책을 읽는 내내 고통스러웠다. 그때와 비슷한 감상이었다. 책장을 넘기다가 힘든 부분에서 깊은 한숨과 함께 허공에 시선을 흩뿌린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다시금 작가의 고통, 용기에 가슴이 미어질 지경이었다. 작가는 신기하게 나와 동갑, 결혼도 비슷한 시기에, 당연히 부부생활의 기간도 거의 비슷하다. 그래서인지 F 제로의 ENTJ 유형인 내가 없던 감정의 동요가 바쁘게 이뤄졌다. 말이 복잡했는데, 이런 몰입감을 준 에세이는 실로 오랜만이었다는 말이다.가장 내 마음에 남은 문장은 이것이다.📚 "나는 다시 한번 그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 사실 다른 방법이 없었다." (P.170) 📚 어떤 상황에서도 결혼의 인연의 깰 수 없음을 전제하는 말이면서 스스로를 해치는 기억과 경험에 대한 망각을 촉구하는 말로 들렸다. 놀랍게도 이 문장이 등장한 이후 작가의 마음에는 드라마틱한 변화가 발생한다. 역지사지의 투혼을 발휘하면서 스스로를 남편의 상황에 놓고 살아가보고 있었다. 용서는 할 수 없어도(평생 용서하지 않길 바란다.) 일말의 공감이라도 하려고 애쓰는 모습에서 이 부부의 안녕을 더욱 응원하게 된다. 그 두 사람을 공격한 시련들 앞에서 보란 듯이 잘 살아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작가의 다음 책이 기대되는 마음까지 이어진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