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잘한 것 같아 - 현실 아빠가 들려주는 육아휴직 권장 에세이
신지훈 지음, 경미 그림 / 요세미티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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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낭만적이지도, 완벽하지도 않지만 놓치면 후회하는 순간에 대해서."

4개월간 육아휴직을 다녀온 대한민국 육아휴직 대표 아빠의 책이다. (휴직 막바지 코로나의 습격은 덤)
1. 아빠가 자녀를 사랑하는 새로운 방식
작가가 책 속에서 본인의 아버지를 등장시킨 장면이 있다. 당신의 손녀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장면이었다. 우리 세대의 아버지들을 떠올려 볼 수 있었다. 그들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자신을 분골쇄신하여 경제적으로 부족함 없도록 열심히 일하는 방식으로 표현되곤 했다. 사랑의 반대급부로 얻은 것은 평생의 어색함이라는 비극이 이집 저집 발생했다. 그래서 손주에 대한 사랑으로 그 허전함을 채우려는 것이 아닐까. 작가는 4개월의 시간으로 딸과 '한 뼘' 가까워졌다고 안도하고 있다. 참 다행이다.
2. 내 맘대로 되는 건 없다.
육아휴직도 물론 마찬가지다. 시작하면서 원대한 꿈을 누구나 품는다. 하지만 실전은 늘 상상과 다르다. 달라도 너무 달라 자괴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아빠의 육아 및 살림 스킬은 엄마의 그것과는 좋게 말해 결이 다르고, 객관적으로 말하면 낮은 레벨이다. 그러니 나의 서비스를 받으시는 자녀들의 만족도는 바닥을 쳐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발생하는 모든 문제들에 대한 책임감이 나에게 있는 것 같은 찜찜함은 보너스다. 그렇게 작가는 소진되어 간다.
3. 극한의 진솔함이 더 설득적이다.
이 책은 육아휴직의 빛과 어두움을 동시에 보여준다. 비율로 보면 빛 1대 어두움 9 정도 된다. 내가 육아휴직 다녀온 것처럼 몸과 마음이 쑤실 지경이다. 그렇다면 육아휴직을 뜯어말려야 정상일 텐데 작가는 그 반대의 결론을 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수식어는 이 책의 결말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가족은 사회의 기본 공동체로서 이것이 무너지면 사회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아니, 반드시 무너진다. 육아휴직은 사회 균열과 붕괴, 갈등을 막는 정말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물론 휴직의 당사자는 깨지고 피나고 정신도 온전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대신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것이 있기 때문에 도전할 만한 것이다.
4. 육아휴직의 이유는 '육아'다.
남자가 육아휴직을 낸다고 하면 무슨 큰일이 난 줄 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연년생 아이들의 학교 입학에 맞춰 2년을 연달아 쓸 계획이다. 주변의 우려와 조언질이 무차별적으로 이어진다. 우리 회사의 누군가는 휴직 가면 복귀할 때 가장 고난도의 업무를 맡기겠다고 엄포를 받은 적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작가의 말대로 육아휴직의 이유를 회사 이익에 반하는 것으로 치부하는 현 상황에 대해 작가도 함께 힘줘 비판해 주고 있다. 그리고 그런 풍토가 제발 약해지길 소망한다. 없어지진 않을 것이기에. 
이 책으로 용기가 난다. 그리고 2년을 모두 쓸 무모해 보이는 계획이 지지 받고 있다는 점에서 든든했다. 그리고 나도 마음을 다잡아야겠다. 육아휴직의 방점은 육아에 찍어야겠다고. 회사일을 쉴 뿐이지 더 몸과 마음을 쏟아야 할 또다른 '직'이 주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 그 어떤 것과도 바꾸기 힘든 내 아이와의 여러 모양의 시간이 선물로 기다리고 있다. 설령 그 선물이 핵폭탄일지라도 분명 나의 육아휴직은 우리 가족에겐 축복이 될 것이다. 가보자!
마무리: 난 작가가 이렇게 험난한 육아휴직기의 일상을 가감없이 써줘서 더 감사했다. 아마 글로 다 표현 못한 부분도 많을 것이다. 그건 2년 후의 내가 채워갈 부분이 될 것이다.
내가 최선의 육아휴직을 보냈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제이에게 절대 하지 말았어야 할 말과 행동, 꼭 해줘야 할 것들에 대해서 고민하고 가슴에 새길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큰 의미가 있었다. 그 다짐을 견고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꼭 안아주고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는 일부터 시작하기로 한다. 거창한 능력이 없어도 최고의 아빠가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제이에게 한 걸음씩 다가가려 한다. 그리고 항상 네 편이 되어주겠다고 약속한다. (p.228)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당연한 것은 없다. 
사랑도 미움도 함께하는 시간이 있을 때 가능한 법.
오늘도 조금씩 '가족'이라는 글자를 키우는 중이다.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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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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