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샷 :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화이자의 대담한 전략
앨버트 불라 지음, 이진원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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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샷Moonshot은 문제 해결을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의미한다. 여기선 코로나19에 대해 고군분투하는 화이자와 CEO 앨버트 불라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소망하는 바가 있었다. 부디 화이자 용비어천가가 되지 않길. 독자가 의미 있게 읽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데 도움을 주길. 걱정한 바와 달리 다행히도 후자의 방향을 타고 진행된다.

2019년 12월 31일, 최초로 발견된 코로나19바이러스는 세상을 바꿔버렸다. 수 세기에 걸쳐 영화나 소설 등을 통해 예견된 것처럼. 화이자는 CEO 앨버트 불라를 필두로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백신학자는 생명과학계에서 특별한 종족이다. 의사와 생명과학자와는 달리 백신 자체를 연구하기 위해 이 분야로 뛰어들었고, 사람들을 보호하는 일에 극도로 헌신적이다. 백신 개발에는 치료제를 개발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고방식이 요구된다. (p.60)

바이러스의 침입을 사전에 차단하느냐, 병이 걸렸을 때 빠르게 치료를 하느냐. 본래 화이자는 코로나 발생 때만 해도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엄청난 확산세의 속도를 감지하고 백신 개발로 선회했다. 이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회사의 명운을 건 모험이었다. 일반인들은 백신 개발은 전염병에 대해 몇 번 테스트해보고 출시되는 것으로 알고 있을 수 있다. 그렇게 생각했다면 미안한 마음이 들어야겠다. 백신 개발은 상당히 장기간에 걸친 프로젝트이며 성공률도 높지 않다. 에이즈 백신이 아직도 나오지 않은 것이 증거가 될 수 있겠다.

화이자가 가지게 된 전 세계적인 명성 뒤에는 생명을 건 의사결정과 격무가 있었음을 알게 됐다. 어느 기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말이다.

그는 내게 "당신은 결코 만족하는 법이 없군요. 지금 불가능한 요구를 하고 계신 겁니다."
그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우리는 이미 이번 여정을 시작했을 때 꿈꾼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해냈다.
그런데도 나는 절대 만족하지 않았다. 계속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 우리는 드림팀이었다.
경이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었기에 해낼 수 있다고 믿었다. (p.149)

이 책의 작가이면서 CEO는 앨버트는 때로는 불도저 같은 성격(지중해 출신인 것도 한몫했지만)으로 인해 팀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줘 후회한다고도 소회했다. 그럼에도 단기간에 이렇게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었던 데는 분명한 신뢰가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경영진과 현장과의 쌍방향 신뢰였을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기업문화의 전환이었다.

화이자가 백신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중점에 둔 사항은 '기쁨'이었다고 생각한다. 먼저 직원의 기쁨, 그리고 화이자의 서비스를 받아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갈 사람들의 기쁨 말이다. 이런 문화의 바람은 백신의 공급의 평등 정신으로 이어진다. 백신 사용 승인이 나자마자 백신을 예약한 곳은 당연히 고소득 국가였다. 저소득 국가는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다른 국가, 기업 등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아 화이자 백신을 주문할 수도 없는 구조적 문제에 봉착한다. 앨버트는 이런 사회, 정치적 장벽과도 맞서야 했다. 이 부분이 상당히 감명 깊었다.

나라의 소득수준에 맞춰 백신 가격을 3단계에 걸쳐 차등 책정해서 모든 사람들이 상대적인 기준 속에서 부담 없이 백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지만 그 마저도 맘대로 되지 않았다. 가장 어려운 충돌은 아이러니하게 미국 정부와의 갈등이었다. 1차 주문량인 1억 개가 소진되자 2차로 1억 개를 추가 주문했으나 화이자는 다른 저소득 국가에 이미 공급계획을 잡았던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미국 회사가 자국에 먼저 백신을 공급하라며 다른 나라에 갈 물량을 미국으로 돌리라고 압박한다. 화이자 생산부가 기적을 일으키지 않았으면 어떤 악화일로를 걸었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이처럼 화이자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분투했다. 백신을 맞고 알 수 없는 이유로 고통을 겪었을 사람들도 많아 화이자 이름만 들어도 치를 떠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이라는 시각으로 본다면 화이자가 보여준 단기간의 초고속 프로젝트를 이렇게 완성하고 지금도 진행 중이라는 것에 경의를 표한다. 앞서 말 한 것처럼 이 책이 화이자 용비어천가가 되지 않은 것이 다행인데 나의 감상문이 그렇게 돼 가고 있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지금도 인류의 건강을 위해 힘쓰는 많은 분들께 감사를 표할 뿐이다. 처절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앞서 싸워 주셔서 또한 감사합니다. 우리는 승리할 것입니다. "Science will 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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