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지 못한 말들 - 너무 늦게 깨달은 소중한 것들에 대하여
이림 지음 / 심플라이프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한줄 요약 : '있을 때 잘해'라는 충고의 과격하고 슬픈 변주.

책을 읽다가 몇 번이나 덮었는지 모른다.

단지 서평단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책임감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들었다. 누구나 부모는 보내야 하고 나도 보내봤기에 버틸 수 있다 생각했지만 어림없다며 문장으로 후려치는 통에 참 아팠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이 글을 쓰고 있었을까?

단지 읽기만 하는 내가 이 정도로 힘든데 작가는 쓰면서 몇 번이나 파일을 종료하고 컴퓨터를 껐다가 켰을까?

그럼에도 책이 내 손안에 있다. 어떻게든 써냈다는 거고 어떻게든 살아 냈다는 거다. 지금은 만날 수 없는 부모에 대한 그리움, 연민, 분노, 증오, 애정 등 공존하기 어려운 감정들을 한데 섞어 어떻게든 이뤄 냈다. 살아내줘서, 써줘서 고마웠다.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 고 1때 돌아가신 어머니, 남편과의 불화, 끝내는 이혼, 아버지와 다르게 살고 싶었지만 결국 자신도 알코올 의존... 기구한 삶의 연속보다 더 아픈 건 따로 있었다. 책에도 나온 표현이지만 비탈길을 굴러 내려가는 공처럼 잡을 수 없는 아버지와 나의 인생. 그까짓 중력이 뭐라고 극복해 내지 못하는 나의 유약함이다. 

"딸"이라고 녹음된 어머니의 핸드폰, 신문사 편집 기사인 딸 이름을 찾으려 구독한 신문 뭉치로 대변되는 부모님의 물건이 있다. 작가는 물건을 매개로 애증의 부모와 소통하고 있다. 버리지 말았어야 했을 물건이었지만 어쨌든 버려냄으로써 또 한 번 살아낸다. 나 역시 작가를 응원하면서 동시에 나를 응원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알코올 중독 유전자가 있다는, 그래서 술독에 빠진 아버지를 구하기는커녕 자신조차 빠져가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톨스토이의 '불행한 가정은 그 이유가 다 다르다'라는 말과는 달리 술 때문에 무너져 가는 또 하나의 가정이 여기 있었다. 나도 비슷한 아버지가 있었기에 그렇게 살지 않으려는 일념으로 삶을 붙잡고 있다. 작가도 나처럼 지금 이 순간도 싸우고 있을 것이다. 함께 해줘서 고맙고 나도 작가와 함께 싸울것이다.

나는 출근해서 일하다 문득 지금쯤 아이들이 뭘 하고 있을지 궁금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이젠 세상에 없는 아빠를 생각한다. 

우리 아빠도 그랬을까? 이제야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나도 그랬어라고 하면 거짓말 아니냐고 몰아 붙이고 싶고 그렇지는 않았다고 하면 완전 나빴네 하고 핀잔을 주고 싶다. 상상 속에서라도 이제는 볼 수 없는 아빠와 웃으며 대화해 본다. 

책을 읽으며 정말 많이 울었다. 작가의 말처럼 너무 보고 싶어서. 아빠는 이제 볼 수 없어서 보고 싶고, 엄마는 언제든 볼 수 있어서 보고 싶다. 나도 후회하겠지. 만날 수 없을 때 더 후회하겠지. 우리는 모두 후회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마음이 괜찮아진다. 그래서 이 책에, 그리고 작가에게 감사하다. 

(무슨 말을 써놨는지 잘 정리가 안된다. 이런 혼란스런 서평의 흐름이 바로 '만날 수 없는 말들'의 속성을 보여 주는 것 같다. 어렵사리 감상을 마무리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