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몽환의 아이 세트 - 전2권
치넨 미키토 지음, 민경욱 옮김 / 더픽션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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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두 권임에도 불구하고 워낙 전개가 빠르고 각 등장인물의 사연과 전체 사건의 흐름이 서로 잘 얽혀 있어서 퍼즐을 빠르게 맞추는 쾌감, 반전에 반전, 마지막에는 감동을 주는 소설이다. 한 번 펼치면 시간이 순삭.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일본내과학회 인정 의사 출신답게 병동 내부, 특정 질병의 상태와 원인, 정신적인 분석까지 탄탄하게 세계관을 형성하여 어설픈 부분이 없이 전개된다. 의학 미스터리, 판타지, 성장, 스릴러 장르가 섞여 있지만 이질감이 없고 꿈과 현실을 오고 가는 사이사이 현실 세계를 알려주는 단서를 제공하여 이해를 돕는다.  


잠든 사람의 꿈속으로 들어가 영혼을 구하는 의사, 꿈의 끝에서 마주한 20년 전의 진실까지 아름답고 기묘한 꿈의 세계와 피비린내 나는 현실이 교차하는 소설, 마지막 반전에 감동까지 있는 소설이다. 


'아이'는 환자들의 꿈속, 몽환의 세계로 들어가 자신의 '쿠쿠루'라는 토끼와 고양이가 섞인 귀여운 생물체의 도움을 받는다. '쿠쿠루'는 영혼을 비추는 거울, 성정 과정에서의 기억이나 경험, 감정 등이 쌓여 함께 성장하는 내면의 작은 자아라고 할 수 있겠다.


​소설은 기본적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다루는 내용이라 그런지 많은 부분 프로이트적인 심리학 관점이 기저에 깔려 있다. 세 명의 환자들 또한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해 큰 충격을 받고 인생이 무너지며 영혼이 손상되는 경험 후에 '이레스'라는 혼수상태에 빠지게 된다. 각각의 사연은 다르지만, 가장 사랑하고 믿었던 사람에게 받은 충격은 삶을 놓쳐버리기엔 충분하다. 이러한 상처를 '아이'는 이들의 무의식으로 들어가 상처와 기억을 함께 보고 느끼고 치유한다. 


이 치유의 과정이 상당히 심리 상담과 근접한데, 일단 먼저 '아이'는 이들의 기억과 상처를 보고 듣고 마음 아파한다. 자신의 판단을 담지 않고 각각의 사연에 공감하고 이들을 이해하려고 애쓰며 깊이 숨어버린 이들을 위험을 무릅쓰고 찾아간다. 상담 과정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자세를 취하고, 각각 사람의 맞게끔 이들을 이끌어 낸다. 아버지가 자신을 죽이려 했다고 오해한 이에게는 그것은 오해였음을 알려주고 다독이며 위로한다, 인간중심상담치료 기법이 떠오른다. 살인범을 무죄로 만들어 세상에 내놓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변호사에게는 당신의 행동과 생각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변론한다. 마치 상담 기법 중 비합리적인 신념을 체계적으로 변론하는 합리정서행동치료처럼. 사람에게는 각자의 상처가 있고,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개개인에게 맞는 치유 방법이 있다. 우선 이들을 공감하고 그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이 마치 상담 치료처럼 느껴진다.


무엇보다 '아이' 또한 PTSD를 겪고 있는 환자다. 어릴 때 어머니를 연쇄살인범에게 잃었고 환자들의 몽환의 세계를 들여다볼 때마다 자신의 상처에서 피가 나고 고통을 겪는다. 그러나, 한 사람 한 사람을 현실로 돌려놓을 때마다 그 상처는 조금씩 아물고 있다. '상처 입은 치료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고 치유함으로써 스스로를 구원하고 내면을 단단히 쌓아가는 과정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름이 왜 '아이'인지가 이제 조금씩 그 의미를 드러낸다. '아이 = I = 나', 20년 동안 헤매고 헤매며 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아이'는 길을 잃었지만 다른 이들을 구원함으로써 이제 자기 자신에게 돌아와 내면아이를 마주한다. 


일본어 제목 또한 중의적인 의미를 지닌다. '무겐노아이'란 몽환의 '아이'와 무한한 사랑이라는 뜻을 지닌다고 한다. 몽환의 세계(무의식과 꿈의 세계)를 넘나드는 주인공 '아이' 즉, 나 자신(내면아이) 혹은 살인범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준 어머니의 무한한 사랑을 뜻하기도 한다. 결국 '아이(나)'를 마지막까지 살아 숨 쉬게 하는 것, 내면의 상처에서 깨어날 준비를 하는 것은 자신이 받은 무한한 사랑이었다는 것이다. 


판타지, 의학, 미스터리 등 다양한 장르가 섞여 있지만 기본적으로 PTSD를 마주하는 자세, 범인이 누구일까보다는 상처 입은 사람들은 어떻게 그것을 극복하고 다시 살아가게 하는가, 그 힘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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