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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맨 만큼 내 땅이다
김상현 지음 / 필름(Feelm) / 2025년 11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 《당신은 결국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의 저자이자 필름출판사의 대표, 카페 공명의 대표인 김상현 작가. 이미 전작의 에세이들과 홍대와 연남점의 카페 공명으로 많은 청춘들과 소통하고 50만 독자에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준 작가의 신작 에세이다. 베스트셀러의 저자, 카페와 출판사 대표까지 다양한 일을 하면서 자신만의 고유성을 창조하고, 연이은 성공으로 인해 공허함이 남아 있을 때 스스로를 어떻게 일으켰는지에 대한 마음을 다룬다.
성공하기 위해 남들보다 더 열심히 치열하게 살았으나 남은 것은 마음의 허기와 공허였고, 그 허기를 채우기 위해 배달음식을 선택한 저자는 103kg까지 살이 쪘다고 한다. 일과 성공에 진심으로 임했던 만큼 그 무게는 무거웠고 결국 일과 행복의 균형을 잡아가는 것과 지속 가능한 삶을 살기 위해 어떠한 질문을 던지고 나아가야 하는지를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성공이나 부, 명예 등 어딘가에 무작정 도착하고 싶은 이들에게 목적지가 단지 사회적 성공이 아닌, 헤매고 방황하는 모든 상황들이 다 하나의 길임을 결국엔 나의 땅이 되는 길임을 먼저 공허에 도착해 본 사람이 해줄 수 있는 위로의 문장들. 한겨울의 붕어빵 같은 책이다.
나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성을 가지는 것, 행복과 야망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 흔들리고 헤매는 인생 속에서 지속 가능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고민들을 담담하고 진솔하게 풀어놓는다.
조합과 조화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조합'과 '조화'이다. 기존에 있는 것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내 안에서 조합하며 새롭게 엮어내는 과정이 중요하는 것과 모순된 것들 사이에서 조화롭게 균형을 잡으며 살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셀프 브랜딩에 관련된 이야기가 쏟아지는 현재, 저자는 거창한 이론이 아니라 나의 배경, 나의 경험이 곧 나의 브랜드가 된다고 말한다. 내가 보고 듣고 사랑하며 쌓아 올린 것의 총합이 나의 브랜드이기에 결국 정답은 내 안에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조합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나를 채우는 인풋이 필요하다고 말하는데, 당장 꺼내 쓸 일이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계속 채워 넣어야만 한다고 말한다. 언젠가 무의식의 창고에서 잠자던 것들이 새로운 자극을 만났을 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 나의 좁은 세계를 조금이라도 넓혀줄 수 있는 것들로 신중하게 선택하여 채워지는 것들이 언젠가 나를 증명하는 고유한 아웃풋이 되어줄 것이라고.
내면을 채우는 동시에 행동으로 나아가다 보면 내가 사랑한 것들이 결국 나라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 축적된 시간의 총합은 고유한 나를 만들어 줄 것이다.
직렬적 경험
고유한 서사를 채워나가는 일에는 시간과 경험으로서의 몸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경험과 축적된 시간은 순차적으로 '직렬적'으로 쌓인다. 저자는 그것을 '직렬적 경험'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즉, 시간을 견뎌낸 인간이 살아남는다.
이제는 정말 그런 사회가 되었다. 시간을 온전히 통과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 실패하고 고통스러운 과정, 지난하고 복잡하고 모순적인 과정의 경험은 결코 AI가 흉내 낼 수 없다. 이러한 시간들은 직렬적으로 쌓이고 쌓여 새로운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감정의 층위를 가지게 한다.
저자는 경제적 자본으로 '시간'이라는 가장 희소한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다. 진짜 경험이라는 대체 불가능한 자본을 쌓아야 자신만의 고유하고 희소한 서사가 빛날 것이라고. 이것이 지속 가능한 일과 삶을 위한 커리어를 만드는 일이자, 자신만의 결을 만드는 방식이다.
저자가 가진 삶의 태도는 잔잔하고 묵묵하다. 자기 계발을 치열하게 하거나 노력을 부단히 하여 따라오는 운을 거머쥐라는 태도가 아닌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평범하고 묵묵하게 하며 자신만의 고유한 서사와 결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불확실한 시간 속에서 평범하게 걸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불안한지, 나만 도태되어 가는 것 같은 시대의 흐름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저자는 이미 경험 속에서 알고 있다. 빠르고 급하게 선택한 성장에서 얻은 것은 공허함이며 그것은 지속 가능한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고민의 시간은 나만의 서사를 벼려내는 중이라는 믿음, 비록 지금은 길을 헤매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성실하게 쌓아 올린 삶의 자세는 나의 땅이 될 것이라는 것을 일깨워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