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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그대로의 자연 - 우리에게는 왜 야생이 필요한가
엔리크 살라 지음, 양병찬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6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자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근본부터 재점검하며, 생태계의 복잡성과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을 과학적 통찰로 설명한다.
서문에 바이오스피어 2 실험의 실패 사례를 보여준다. 생태계를 똑같이 만들어 생물이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인데 이는 모두 대실패로 끝난다. 이를 통해 지구 생태계의 정교함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데, 지구 상에서 숨을 쉰다는 것과 현재의 생태계에서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기적처럼 느껴진다. 저자는 자연 보전이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 경제적으로도 합리적인 투자임을 강조하며, 인간이 자연의 소비자가 아닌 일부로서 살아가야 한다는 윤리적 전환을 촉구한다.
점점 세상은 이상해진다. 계양산을 검색하면 바로 러브버그가 추천 검색어로 뜰 만큼 우리나라 기후도 만만치 않게 이상하다. 유럽에서 폭염과 폭설 때문에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동남아 기후처럼 변하며 습한 더위와 스콜이 지속되고 있다.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까? 생태학자로 지구 곳곳을 들여다본 저자는 그 통찰을 제시한다.
생태계에 대한 정의, 환경, 순환부터 시작하여 생물 다양성이 어떻게 계속해서 파괴되어 가는지, 숲이 인간의 편의에 의해 어떻게 몰락하는지 등 생태계의 현황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아가 생태계를 보존해야 하는 도덕적 의무가 왜 인간에게 있는지, 경제적으로 어떤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현실적이고도 윤리적인 문제와 해결책 등을 체계적으로 제시한다.
바이오필리아(생명에 대한 사랑)
어린 시절, 우리는 모두 자연을 좋아했다. 순수악이라고 표현해야 하나? 나비와 잠자리, 매미 등을 그렇게 채집하려고 하루 종일 뙤약볕에 돌아다녔고 개울가의 작은 물고기만 보면 또 어찌나 신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던지. 살아 움직이는 생물만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여름에는 봉숭아 잎을 따다 손톱을 물들이며 기뻐했고 가을에는 단풍잎을 주워 코팅하여 이쁘게 오려서 가지고 다녔다.
자연계에 저절로 이끌리는 성향, 어린 시절에는 모두가 가지고 있었고 직접 경험했다. 그리고 성인이 된 지금도 거대한 자연 경관을 보면서 감탄한다. 그랜드 캐니언, 쏟아지는 별들의 은하수 광경, 나비 떼나 반딧불이 떼를 보며 느껴지는 경이로움. 사람에게는 자연계에 끌리는 성향이 존재한다.
이것을 저자는 바이오필리아(생명에 대한 사랑)이라고 표현하는데, 모든 생물이 그 자체로 존엄하다고 주장한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세균부터 고등동물까지 각각 고유한 가치를 지니며, 인간의 도구적 가치 판단을 넘어선 본질적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경제적 효용성을 넘어 자연과 생명에 대한 경외감과 사랑이 자연 보호의 근본적 동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종교적 관점에 대해서도 설명하지만, 꼭 종교적 신념이 아니더라도 생명을 대하는 경외감과 책임감을 키우고 소비 위주의 생활 방식을 성찰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자연 보호가 단순한 환경 운동이 아니라 생명에 대한 존중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을, 자연 그대로의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출발하는 것임을.
왜 야생이 필요한가?
2019년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 대한 예시가 매우 흥미롭다. 그렇다, 대성당의 화재가 났을 때도 그렇고, 2008년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숭례문 화재 때도 마찬가지로 많은 이들이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그런데 매일 매 순간 파괴되는 자연 학살과 생태계 파괴에서는 그런 안타까움을 겪지 못하는 것일까? 인간이 만든 문화재는 복원할 수 있지만 한번 사라진 자연 생태계는 되돌리기 어려운 더욱 치명적인 부분인데도 불구하고, 이미 우리 생활의 무감각한, 불감증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
저자는 토양 손실, 물 부족,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농업의 위기와 함께 전 세계 토양의 3분의 1이 이미 황폐화되었음을 경고한다. 지속 가능한 농업으로의 전환과 재생 농업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미래에는 많은 종들이 고온을 견디지 못해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탄소 중립 사회로의 전환과 함께 생태계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조건들을 제시한다.
그런데 사실 내가 실천할 수 있는 분야가 얼마나 될까 싶다. 고기의 양을 줄이고, 일상에서 음식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고 이 정도밖에 할 수 없을 듯하다. 나머지는 기업과 정부, 경제적인 부분이라서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안타깝다.
그럼에도 인간의 지성과 공감이 모여 생물을 보호할 권리는 만들어낸다면, 개인이 미세하게 분투하는 것보다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바이오필리아를 실천하는 판타지 같은 세상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