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을 그린 화가, 에곤 실레
에스터 셀스던.지넷 츠빙겐베르거 지음, 이상미 옮김 / 한경arte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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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전시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 구스타프 클림트부터 에곤 실레까지>를 기념하기 위해 출간된 책으로 에곤 실레의 생애와 작품에 집중 조명한다.


​실레의 성장 배경부터 실레가 가진 무의식적 욕망의 투사, 누드에 대한 실레의 생각 등 퇴폐적인 미술로 오해받기 쉬운 실레 작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실레의 중요 작품들에 대한 설명도 고화질의 그림과 함께 톺아주어 작품의 이해도를 높인다. 


​분명 야한데, 이상하게 안 야하다


에곤 실레라고 하면 퇴폐적이다, 야하다, 포르노 같다는 말들이 따라온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분명히 야한데 이상하게 불쾌하기만 하고 안 야하다. 

성적인 충동이 가득한 관음적인 그림들, 분명 미성년자가 보기엔 부적절한 주제가 맞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에로틱한 육체는 잠시일 뿐, 욕망이 혐오와 매혹의 메커니즘 사이 그 어딘가에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실레는 사실상 여성적 아름다움을 강조하지 않는다. 풍만하고 부드러운 살결을 그려 관능적인 포즈를 취하는 여성이 아니라 깡마른 육체에 가슴이나 중요 부위만 지나치게 붉게 칠해져 있어 오히려 살결에 대한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실레의 누드는 단순히 그림을 넘어서 영혼의 내면과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면, 직접 봐야 알 수 있다. 실레만큼 직접 보지 않고 논할 수 있는 오해가 가득한 화가가 있을까. 

실레는 자기 자신도 누드로 표현했다. 심리적 누드의 모습은 인간의 욕망, 고통, 고뇌 등이 오히려 걸쳐져 있는 것이 없기에 더욱 고통스럽게 다가온다. 수많은 자화상을 남겼지만 누드로 표현된 자화상에서 드러나는 고통은 그가 삶을 어떻게 대하는지 알 수 있다.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의 표지로 많이 알려져 있는 이 그림은 실레의 연필 선과 색채감, 구도 등을 도드라지게 볼 수 있다.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인간 실격의 내용처럼 실레 또한 헌신했던 연인을 버리고 신분 상승을 위해 결혼했지만 몇 년도 채 되지 않아 임신한 아내를 스페인 독감으로 잃는다. 아내가 사망한 사흘 뒤 실레도 독감으로 생을 마감한다. 실레의 나이는 고작 28살이었다. 


도전적인 시선, 도발적인 포즈, 유혹하는 듯한 붉은색의 꽈리 열매. 그러나 정면으로 눈을 마주치지 않고 허약해 보이는 몸짓에서는 고독한 인간으로서의 연약함까지 드러난다. 


어머니와 두 아이


실레가 경제적으로 안정된 높은 신분의 여성과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고 싶어 했던 욕망이 강했던 것은 어머니와의 골 깊은 갈등 때문이라고 추측된다.


<어머니와 두 아이>는 세 개의 연작으로 앞의 두 작품과 확연히 달라진 그림을 볼 수 있다. 

이전의 그림은 어머니는 거의 해골이 다름없고, 아이들 또한 어머니의 품에 안겨있다는 느낌이 없다. 모성이라고는 느낄 수 없는 사자(死者)들 같다. 


​실레가 태어나기 전 아버지의 매독으로 인해 어머니는 이미 여러 명의 아이를 잃었다. 어렵게 얻은 아들이었으나 남편에 대한 원망은 아들에게도 투사되었기에 어머니는 실레에게 살갑지 않은 어머니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둘의 갈등은 더욱 깊어졌으며, 어머니의 원망을 항상 들어야 하는 실레에게 어머니란 자식을 움켜쥐는 사람이었다. 

에디트와 결혼 후에야 어머니에 대한 깊은 감정이 점차 사그라지면서 실레의 그림에서 어머니는 점차 얼굴에 생기를 찾는다. 


​가정적인 가치보다는 죽음과 모성이라는 우화적 주제에 집중하며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병치에 대한 탐구로 변한다. 여전히 어머니의 얼굴은 굳어 있으나 이전 연작에 비해서 부드러운 연민이 서려있다. 


​전시를 다 보고 나서 책을 봐서, 보기 전에 읽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또 본 작품들이 나와서 찍은 사진들과 비교하는 재미도 있었다.

무엇보다 이번 책과 전시를 통해 처음 실제로 접한 에곤 실레의 작품에 많이 매료되었다. 퇴폐적이라고만 생각했던 실레의 작품을 직접 만나고 그의 생애와 욕망을 들여다보니 실레가 했던 말이 이해가 간다.


​나는 창조자이자 창조물입니다. 나는 예술 속에서 나 자신을 발견합니다.

에곤 실레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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