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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울게 두오! : 괴테 시 필사집 ㅣ 쓰는 기쁨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배명자 옮김 / 나무생각 / 2024년 11월
평점 :

필사책으로 괴테의 시 100편이 수록된 <나를 울게 두오!>는 시를 직접 쓰면서 단어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시를 더욱 음미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책이다. 특히 괴테 특유의 직설적인 문체와 당돌한 투기가 시에서 드러나 시를 읽는 즐거움과 쓰는 기쁨이 함께 어우러진다.
괴테는 색채에 대한 1,400쪽짜리 논문집을 1810년에 출간했다. 그만큼 색채에 관심이 많았는데, 물리적 색채보다는 심리적/감정적 색채에 관심이 높았다.
색이란 사람들 각자가 다르게 인식하는 감정 경험이라고 생각하며 색이 주는 심리적인 특성을 찾는 것에 관심이 높았다. 현재의 색채심리학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
주황색은 조금 독특한 색이다.
빨강과 노랑이 섞여 만들어진 색으로 따뜻하고 친근하며 에너지와 재미를 주는 색이다.
악의 없는 장난기, 풍요로움, 사회적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색으로 색채심리학에서는 많이 해석한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도 표지와 비슷한 쨍한 주황색을 사용함으로써 풍요로움을 상징한다.
활기차고 친근한 색을 유발하는 색채와 인생에 대한 환희, 사랑에 대한 열정, 예술에 대한 열망이 가득한 괴테의 시가 사뭇 잘 어울린다. 괴테도 아마 좋아하지 않을까.
괴테의 시는 당차고 씩씩하다.
인생에 대한 벅찬 기쁨, 사랑에 대한 애틋하고도 넘치는 열정과 호기심, 꼰대스러운 말도 괴테가 하면 밉지가 않고 위로가 된다.
좋은 시를 읽는 것은 시인이 심혈을 기울여서 단어 하나하나를 친히 고르고 또 골라 행과 열에 가지런히 배열해 둔 것을 천천히 음미하는 일이다.
시는 급하게 읽을 수 없다. 차분히 하나하나 곱씹어 보다 보면 일렁이는 불안과 초조함을 잠재우고 마음을 고요하게 한다.
산다는 것이 참 부질없이 느껴질 때, 좋은 시를 읽으면 부질없음도 시의 언어가 되어 스며든다는 기분이 좋다.
내가 가진 우울과 불안도 시의 언어가 될 수 있다고, 부질없고 무의미한 인생도 시처럼 오밀조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다독이는 듯하다.
슈베르트의 '마왕'
작곡가 슈베르트의 '마왕'이 괴테의 시가 원작인지 사실 몰랐다. 이번에 새로 알게 된 사실이라, 조금 부끄럽지만 미약한 나의 지식에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추가해 본다.
마왕이 가져가는 것은 아이의 목숨이 아니라 반주자의 손목이라고 할 정도로 고난도의 피아노곡인데다가 1인 4역을 해야 하는 성악가의 어려움이 가득한 악명 높은 곡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여기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슈베르트가 괴테의 시를 보고 너무 인상 깊어 곡을 만들어서 괴테에게 악보를 편지했으나, 당시 유명세가 높았던 괴테는 수많은 편지 중 그 편지를 못 보았다고 한다.
삶에 대한 환희도 있는 만큼 괴테의 시는 인간의 죽음에도 탁월한 상상력을 발휘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준다.
슈베르트의 가곡 '마왕'을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이 다시금 생각났다.
괴테의 시를 읽으며 신이 주신 재능이 이런 것이구나를 엿볼 수 있는 책이었다. 아직 필사는 하지 않았다.
왠지 아껴두고 싶은 책이다. 내 삐뚤빼뚤한 글씨로 책을 채우고 싶지는 않고, 틈틈이 번아웃이 올 때쯤 꺼내보아야겠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