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가장 힘든 과목은 전산학이었다. 베이직과 코볼(cobol) 회사로 프로그램을 짜면 계속 에러가 났다. 로직이 다 맞더라도 콤마나 영어슬러시를 빼먹는 사소한 실수 때문이었다. 그때 내가 깨달은 점이 나를짜여진 시스템대로 따라가는 건 나에게 맞지 않다‘는 것이다.
가장 재미있는 과목은 회계학(會計學, accounting)이었다. 내가이해하는 회계학이란 ‘경제적 사건을 기록하고 분류하고 정리하 상여 그것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재무제표라 주는 양식에 기표하여 제공하는 것‘이다. 즉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속에서 아마도 회사의 재무관리 담당자는 비용통제와 원가관리 쪽에 관심을 둘 것이고, 채권자는 빌려준 돈의 원리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살펴볼 것이다. 주주 입장에서는 당연히 회사의 이익과 배당에 관심을 둘 것이다. 이처럼 회계학은 개인의 관심과 처한 상황에 따라 생각의 방향과 해석의 폭이 달라지는 학문이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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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르댕 부인: 저는 당신의 결론에 동의못해요. 신분의 차이가 큰 결혼은 수많은 골치 아픈 문제를 만들어요. 사위가 딸에게 처가흉보고, 손자들이 외할머니를 창피해할 수 있지요. 딸이 거창한 귀족 행차로 친정에 올때 우리이웃에게 경황이 없어 인사를 놓치기라도 하면 즉시 나쁜 소문이 쫙 퍼질 겁니다. ‘시집간 주르댕 씨 딸 있지요? 거드름 어지간히 피웁니다. 어렸을 때는 우리하고 귀족 놀이하면서 즐겁게 놀았었는데 말이에요. 그애 두 조부님이 성 이노상 성문 옆에서 옷감 장사할때만 해도 예의가 꽤 발랐죠. 재산을 대물린 조부님들이 저승에서 벌 받고 있는 셈이지요. 정직한 사람이 그렇게 돈을 벌수 있었겠어요?‘ 이렇게 짹짹거리는 참새들의 소리 듣고 싶지 않아요. 딸아이와 결혼해서 나에게 고마워하는 사위, 또장모가 ‘자네, 오늘 이리 와서 같이 식사하세‘라고 허물없이말할 수 있는 사위를 원해요.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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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꾸며낸 이야기일지는 모르지만 소설가에겐 그것이 그의 현실의 전부이니까요. 소설이란 그것을 현실로 가진 한 개인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 않겠어요?"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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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그것을 믿었던 사람들과 다른 이들도 그것을 믿었으면 하고 원했던 사람들이 중세인에 관해서 알려져있는 거의 모든 사실들을 우리를 위해서 이미 선택했기 때문이고, 또한 그 반대 증거로 제시될 수도 있을 다른 많은 사실들이 소실되어 되찾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라져버린 여러 세대의 역사가들, 기록자들, 연대기 편찬자들의 죽은 손이 과거의 형상을 결정함으로써 항소(抗의 가능성을 없애버린 것이다. 중세사 연구자로서 소양을 쌓은 배러클러프(1908-1984. 영국의 역사가) 교수 자신도 ‘우리가 배우는 역사는 비록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고 해도, 엄격히 말하면 결코 사실 그것이 아니라 널리 승인된 일련의 판단들이다‘라고 말한다. - P25

세 번째로, 우리는 오로지 현재의 눈을 통해서만 과거를 조망할 수있고 과거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역사가는그가 살고 있는 시대에 속하는 사람이며, 인간의 실존조건 때문에 자신의 시대에 얽매일 수밖에 없다. 그가 사용하는 바로 그 말들 민주주의 제국, 전쟁, 혁명과 같은 말들은 그 시대의 함축적인 의미들을 가지고 있고, 그는 그 말들을 그 의미들과 분리시킬 수 없다.  - P39

똑같이 진부한 문구로 말해야 한다면, 나는 차라리 ‘과거의 죽은 손‘으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자는 문구를 선택하겠다. 그러나 역사가의 기능은 과거를 사랑하거나 과거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이해하기 위한 열쇠로서 과거를 지배하고 이해하는데에 있다. - P41

역사가는 사실의 잠정적인 선택에서, 그리고 동시에 그 선택을 이끌어준 잠정적인 해석 해석이 그 자신의 것이건 다른 사람의 것이건 간에ㅡ에서 출발한다. 그가 연구하는 동안, 사실의 해석 그리고 사실의선택 및 정돈, 이 두 가지는 이러저러한 상호작용을 통해서 미묘하고도얼마간 무의식적일 수 있는 변화들을 겪는다. 그리고 이 상호작용에는현재와 과거 사이의 상호관계도 포함되는데, 왜냐하면 역사가는 현재의 일부이고 사실은 과거에 속하기 때문이다. 역사가와 역사의 사실은서로에게 필수적이다. 자신의 사실을 가지지 못한 역사가는 뿌리가 없는 쓸모없는 존재이다. 자신의 역사가를 가지지 못한 사실은 죽은 것이며 무의미하다. 따라서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첫번째 대답은, 역사란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과정,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a continuous process of interactionbetween the historian and his facts, and unending dialogue between thepresent and the past)라는 것이다.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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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어 발언할 권리는 우리의 생존과 존엄과 자유에 기본이 되는 조건이다. 나는 한때 폭력적인방식으로까지 침묵을 강요당했지만 이제는 내 목소리를갖게 된 데 감사하며, 그렇기 때문에라도 언제까지나 목소리 없는 사람들의 권리에 결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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