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타임스 세트 - 전2권
폴 존슨 지음, 조윤정 옮김 / 살림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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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타임스'는 작가의 견해가 사실을 압도하는 역사책이다. 절대적인 진리가 서서히 무너지던 20세기 초의 유럽부터 양차 세계대전과 냉전의 시작과 끝을 그야말로 거침없이 달려간다. 20세기의 수많은 역사적 인물에 대한 작가의 표현 수위 역시 거리낌이 없다. 세간의 일반적인 인식과는 다른 독창적인 평가들은 흥미로웠고, 그래서 유익했다. 일관되고 확고한 기준으로 다시 써낸 폴 존슨 식의 20세기는 역사에 관심이 깊을수록 더욱 눈을 잡아끌 것이다.  

다만 본 책은 비판적으로 읽어야한다. 아무리 폴 존슨이 방대한 지식과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거대한 시간을 막힘없이 읊는다고 해도, 그 역시 한 인간의 견해일 뿐이다. 작가의 글에 글자 그대로 경도된다면 한 쪽으로 기울어진 생각으로 철없이 우쭐할 위험이 크다. 그래서 '모던 타임스'를 읽는 몇 가지 키워드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반공- '모던 타임스'에서 폴 존슨은 영락없는 반공주의자다. 반공의 이유를 공산주의가 가진 실현 불가능한 이상주의보다는 인간의 본성을 벗어나는 이상주의가 극단으로 흘러갈 때 동반하는 여러 폐해 때문이라고 나는 읽었다. 지난 체제와의 철저한 분리를 위해 계급을 나누어 살육을 저지르게 되고, 과정의 효율을 위해 일인 독재로 밖에 흘러갈 수 없다는 점을 폴 존슨은 특히 주목한다. 때문에 파시즘의 탄생을 레닌에서부터 찾는 작가의 견해는 새롭지만 설득력 있었다. 비인간적인 전체주의의 전통과 수법은 이미 레닌과 그 일당이 고안했고, 히틀러와 무솔리니는 그들의 동맹이었으며 제자에 불과하다는 작가의 설명이다. 

제국주의- 폴 존슨을 이미 100여 년 전에 사멸한 제국주의로 묶는 것은 너무 좌파적인 것일까. 허나 굵직한 사건들에 대해서 폴 존슨의 하나같은 해법은 당사자들이 너무 늦게 개입했고, 유약하게 굴었다는 것이다. 그는 실질적인 무력의 힘을 믿는다. 힘을 가진 강대국이 자국과 주변의 위협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여 양차 세계대전을 비롯한 비극이 일어났다고 풀이한다. 그런 그의 이론은 갓 독립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빈곤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식민지 시절까지 올라가는 근원적인 설명보다는 서구 국가들과 아프리카 동맹의 유약함이나 도덕적 부채감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그의 정치공학 일변도의 서술은 많은 부분을 설명하지 못했다. 

반동- 급진적인 변화를 혐오하는 작가의 뉘앙스는 책 곳곳에 깔려있다. 책의 서두에서 다원주의에 대한 서술을 하면서 절대적 진리에 대한 믿음에 부셔지며 20세기의 비극이 시작되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하지만 의식의 변화를 원인으로 두는 것은 원인과 결과가 뒤바뀐 것이 아닐까. 더구나 살육은 인간문명사 전체에 수놓아져 있다. 같은 맥락에서 20세기의 학자들과 학문의 상당수를 불신한다. 레닌에 의해 세상에 구현된 마르크스주의는 물론 구조주의나 해체주의같은 현대철학의 발흥을 폄하한다. 글의 논조는 이런 이상주의적인 이론가들이 세상의 중심에 선 결과로 너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것이다.  

동시대를 읽는 한계- 코끼리의 다리를 만지는 장님처럼 나는 개인은 동시대를 온전하게 읽어낼 수 없다고 믿는다. 그래서 책을 고를 때에도 가급적 그런 기준에 따르곤 했다. 1991년에 출판된 본 책 역시 다르지 않다. 20세기 전반까지의 기술은 대단한 명작이다. 앞서 말한 파시스트와 소련을 짝지운 것이나, 인물들에 대한 거침없는 평가들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하지만 20세기 후반으로 접어들면 번뜩이던 통찰력이 사라진다. 더구나 레이건과 대처를 칭송하는 단락은 30여 년이 지난 지금에 고개가 갸우뚱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자유시장경제의 추종자인 작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입장이나, 1980년대의 보수화가 즉효는 있었으나 부작용을 당시 폴 존슨은 목격하지 못했다.  

키워드까지 들며 늘어놓은 민망한 글은 세계적인 작가와 감히 맞서보겠다는 치기는 아니다. 비판적 책읽기를 위한 학습의 일환일 뿐이다. 본 책과 함께 한 시간은 즐거웠다. 폴 존슨의 퀄리티높고 독창적인 저술은 그의 세계관이 나와 반대편에 있지만 충분히 존중할 가치가 충분하고 일부는 경외롭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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