맬서스, 산업혁명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신세계
그레고리 클라크 지음, 이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식량이 증산된다면 인구도 그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거라는 주장을 한 '인구론'의 저자, 신부이면서 산업혁명기의 고전경제학자. 이 정도가 책을 들기전에 맬서스에 관해 알고 있던 나의 단편적인 지식이었다.  

그레고리 클라크는 '인구론'을 산업혁명 이전의 세계를 읽어내는 패러다임으로 가져온다. 생산성이 증가하면 인구는 늘어나지만 총량은 그대로이기에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적어지고 더더욱 빈곤해지는 '맬서스 트랩'은 1800년 이전 내내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저자는 인류가 정착한 이후부터 산업혁명 이전의 시기를 아예 '맬서스 시대'라고 통칭한다.  

맬서스의 주장을 지금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얼마나 잔인한가.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몫을 유지하기 위해 인구조절을 해야하고, 때문에 하위계층을 고립시키고 빈곤에 빠뜨려 단명시키자는 그의 관점은 너무나도 비인간적이다. 하지만 적어도 산업혁명 이전 혹은 산업혁명이 한창인 시기까지는 맬서스의 인구론이 맞았다. 생산의 총량을 증가시킬 혁신이 없는 상태에서 인구만 증가한다면 결국에는 체제의 후퇴나 붕괴로 이어질 수 있었다. 저자는 중국과 인도의 예를 들며 동서양의 힘의 역전을 그런 맥락으로 설명하고 있다.  

책의 의도이자 독자를 책으로 끌어들이는 요인은 산업혁명이 왜 하필 그 시기의 영국에서 일어났는가이다. 200여 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분명한 이유가 규명되지 않은 문명사의 수수께끼를 저자는 맬서스를 빌어 풀어보려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본 책에서도 분명한 답은 없다. 분분한 여러 학설을 소개하고 약간은 다른 저자의 의견을 말미에 붙여놓은 정도랄까. 구텐베르크가 촉발한 인쇄혁명으로 인한 지식의 보급에서 비롯된 개인의 노동생산성 향상에서 찾는 저자의 주장도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와 맞닿아 있다. 즉 정체구간이었던 수천 년의 완만한 누적이 1800년에 이르러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본 책은 오히려 저자가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썼다는 느낌을 나는 받았다. 경제학이란 학문이 무엇이며, 오늘날에 각광받는 경제학자가 과연 자신의 학문으로 세계에 기여하고 있는가에 대한 회의감이랄까. 맬서스가 파격적인 이론으로 자신의 시대와 과거를 설명하며 경제학이라는 학문을 열어젖혔다. 하지만 저자가 속해있는 경제학이 현 시대를 제대로 설명하고 있는가, 아니 설명하려는 노력은 제대로 하고 있는가에 대한 일종의 자숙 내지 반성이 수록된 책의 말미는 산업혁명에 관한 설명만큼이나 핵심적이다.  

책에는 많은 그래프와 도표들이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기위해 수록되어 있다. 역설적으로 본 책이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결국에는 숫자보다는 인간사에 관한 것이라고 저자 자신에게 되새기는 일환이었다고 책의 끝맺음을 읽으며 깨달았다. 세계를 움직이는 거대한 움직임에 대한 경이와 감탄에서 시작되어 학문의 근원으로 되돌아가는 감동으로 맺는 흐름은 단순히 지식을 전하거나 과시하기 급급했던 같은 분류의 책들 사이에서 단연 기억에 남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