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마인드헌터
존 더글러스, 마크 올셰 / 비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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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의 미국에서 동기를 알 수 없는 엽기적인 수법의 연쇄살인이 빈번해진다. 혹자는 베트남전쟁 이후의 집단적 공허에서 이유를 찾거나 또는 고도화될수록 사물화되는 비인간적인 사회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기도 한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그동안 조명이 되지않았던 인간 바닥의 심연에 자리잡은 무언가는 태초 이래로 실재했다. 그것이 후천적으로 비틀어지고 키워지면 비극이 일어나는 것이다.  

존 더글라스는 범죄 수사를 위한 프로파일링 기법을 정립한 인물이다. 에드가 후버가 아직 국장이었을 시절에 FBI에 발을 딛은 그는 표면에 드러난 행동보다 범죄자의 내면에 끌려 가해자와의 인터뷰라는 당시 파격적인 접근을 시작했다. 1995년 은퇴한 존 더글라스의 회고록인 '마인드헌터'는 인간의 내면과 행동의 연관관계를 추적한다. 저자는 FBI 내의 행동과학국의 창시자이기도 한데, 행동과학국의 프로파일링은 인간의 내면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심리학과 상통하는 면이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고로는 납득이 힘든 강력범죄자의 행동패턴을 데이터로 만들어 해당 일선의 수사에 조언하는 지극히 실용적인 분야이다.  

책의 두께만큼 사건들이 등장한다. 소름끼쳐하면서도 흥미진진했던 수많은 케이스들을 일일히 나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몇몇 예외는 있긴하지만, 연쇄살인범들이 비겁자라는 점에서 같다. 사회적으로 밑바닥에 위치한 가해자들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성을 유혹하는 등의 스킬이 부족한 이들이었다. 그 점이 분노를 키웠고 자신보다 약한 여성이나 노인 혹은 어린이를 상대로 비뚤어진 형태로 발산되었다. 물론 오해를 불러올 소지가 있는 관점이다. 성대립이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회적 이슈들을 떠올려보면 말이다. 저자 역시 그러한 점을 의식했는지, 그에 대한 부연설명을 설득력있게 적어뒀다.  

연쇄살인이 열쇳말이기는 하지만, '마인드헌터'는 기본적으로 최초의 프로파일러의 회고록이다. 자신의 출생과 성장에서 은퇴까지의 인생과 생각들은 책의 토대이다. 중산층의 가정에서 태어나 큰 키와 건장한 체격의 외모에 일과 가정을 오가는 따분한 생활패턴으로 평생을 산 존 더글라스는 미국백인남성의 전형이다. 과연 FBI에서 25년을 일한 공무원 답다. 하지만 그렇기에 누구는 인간에 대한 혐오로 이어질 수 있는 수많은 사건들을 직접 접하면서도 망가지지 않았던 것이다. 존 더글라스를 보며 튼튼한 삶의 기반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는다. 반대로 범죄자에게 적용해 볼 수도 있겠다.  

마지막으로 책을 찾아보게 된 계기, 넷플릭스의 시리즈와 비교해보자. 데이비드 핀처다운 스타일의 시리즈는 작년 시청한 드라마들 중 손가락 안에 꼽힐 수작이었다. 하지만 원작과는 많이 다르다. 사건들의 케이스와 가해자들의 외모, 특질은 그대로이지만 그를 쫓는 수사관들은 가공의 인물들이다. 원작자이자 쾌활한 존 더글라스 대신에 우중충하고 나약한 수사관들이 자리를 채운 각색은 당혹스럽지만 이는 사건들을 중심에 놓는 서사를 생각해보면 충분히 납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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