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내일을 묻다 - 중국 최고 지성들과의 격정토론
문정인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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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문정인은 햇볕정책과 동북아균형론에 관여한 정치학자로 알려져있다. 현재도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특보로 활동하고 있지만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으로 대중적인 호불호가 갈리는 문제적 인물화되어가고 있다.  

'중국의 내일을 묻다'에서 저자의 거침없는 면모는 드러나 있지 않다. 저자의 주장을 개진하는 형식이 아니라, 중국 내의 석학들과의 대화 내지는 인터뷰가 주가 되는 책이기 때문이다. 문정인에 대한 궁금함으로 책을 든 나에게는 아쉬움이 있지만, 중국 내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흔치 않는 기회였기에 유익했다.  

수록된 인터뷰 대상자들은 저명한 학자들이다. 동시에 여러방면으로 정부에 한발 걸치고 있는 주류 중의 주류인 파워엘리트들이다. 따라서 각기 다른 주장을 하고는 있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중국정부의 노선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 책을 읽어나갔다.  

20명 정도의 인터뷰이는 개성이 뚜렷하면서도 닮았다. 대체적으로 문화대혁명을 직접 겪은 원로들은 자신의 의견을 에둘러말하는 경향이 짙으면서 중국의 미래방향을 내부에 돌린다. 반면 젊은 세대의 학자들은 표현에 거침이 없고 경제력에 걸맞는 대외팽창을 주장한다. 그럼에도 모두들 앞서 말한 중국 주류의 특성처럼 정부가 금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말하기를 꺼려한다. 서구식 민주화의 도입이나 동북공정에 대한 질문에 마치 가이드라인이 존재하는 듯 모두가 똑같은 답을 한다.  

또한 인터뷰에는 현 중국의 한계를 절감하는 기류가 흐른다. 현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학자들이기에 중국 대중에 팽배한 터무니없는 민족주의와는 거리가 있다. 중국 체제가 서구의 선진국만큼 안정적이지 않고, 그에 따른 내적인 변수가 중국의 장래를 위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경제적 양극화와 산업화에 따른 자연환경의 변화 혹은 중국혐오론자들이 소원하는 소수민족 문제들이다. 대외팽창이나 내적안정으로 국가적 목표가 갈리는 것도 공통적인 불안감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중국의 장래를 어느정도 예측해본다. 중국의 패권에의 도전은 내부 모순이 어느정도 해결될 때에 본격화 될 것이다. 책이 근거한다면 적어도 앞으로 20년 간은 타국가의 물리적충돌은 없을 것이라고 말이다. 물론 책이 쓰여진 2010년과 현재는 국제적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각국의 정권이 바뀌었고, 그에 따라 외교노선이 판이해졌다.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세상이란 것을 요즘 우리는 실감하고 있지 않은가.  

'중국의 내일을 묻다'를 읽으며 내가 냉전부터 이어져 온 현실주의적 세계관에 함몰되어 있지 않았나라는 반성을 하게 된다. 또한 중국의 부상을 두려워하면서도 정작 두려움의 대상을 알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공포는 무지에서 비롯된다. 현대 중국에 대한 지식들은 타국가의 연구를 통한 일종의 '중역'이었다. 앞으로는 중국을 '직역'한 글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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