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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라지 가는 길 ㅣ 김원일 소설전집 6
김원일 지음 / 강 / 2014년 7월
평점 :
마시우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마두라고도 불리는 소설의 주인공은 자폐증을 안고 태어났다. 어느 정도의 사고와 기억은 가능하지만 언어로 이어지는 데에 곤란을 겪는 마두는 여차저차한 사연으로 정선의 산골을 떠나 전국을 떠돈다. 소설이 조명하는 시기는 구리에 자리잡은 이후이며 이전의 삶은 플래시백으로 맥락없이 끼여들며 인물의 정신이 일반인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자폐 청년 마시우의 주먹 세계 체류기'. 소설 뒷면의 카피처럼 마두는 구리의 폭력조직에 든다. 하지만 마두는 사람을 때리지 못한다. 상황이 되면 우직하게 맞거나 눈과 귀가 밝은 재주를 부릴 뿐이다. 현실성 있다고는 보기 힘들다. 눈 감으면 코 베어가고 뒷통수 치는 바닥에서 자폐증을 앓는 성인이 버티겠다니. 시다바리도 어려울테다.
이를 위해서 작가는 무리한 설정을 해뒀다. 마두의 주변 인물들은 모두 선한 구석이 남아있고, 마두가 묘하게 사람을 매료시키는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성마르게 굴다가도 마두 앞에만 서면 한켠에 두고 못한 말을 털어내고 머리를 기대며 내면의 안식을 찾으려 한다. 게다가 마두의 외모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가 없지만 꽤나 준수한지 주변으로 여자가 줄줄 꼬이는 장면들에서 실소가 나온다.
그렇다. '마당 깊은 집'과 '겨울 골짜기'의 여운에 여전히 젖어있는 나에게 '아오라지 가는 길'은 당혹스러웠다. 작가는 마지막에 '오늘의 장애인 문제와 순수한 자연'을 연결지어보겠다는 의도를 말한다. 언뜻 봐도 둘은 쉽게 짝지워질만한 소재는 아니다. 그래서 소설은 일관된 톤이 없이 오락가락한다. 시시각각 플래시백되는 마두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들은 자연으로 회귀하려는 생태주의자의 일장연설로 채워져 있다. 또한 마두를 돕는 노경주는 정열적으로 사회 소수자를 돕는 여성인데, 마치 브나로드 운동을 하는 1930년대의 지식인처럼 그려져 우리 시대의 인물로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마두가 위치한 주요 배경인 어둠의 세계는 왜 그렇게 어설픈지 이원호의 쌈마이 소설이 생각날 정도였다.
실망스럽다. 전혀 어울리지 못하는 요소들을 왜 그렇게 억지로 끌어와야 했을까. 분단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현 시대와의 대화를 시도한 작가의 도전이 이렇게 맺어져서 아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