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스피에르, 혁명의 탄생 문제적 인간 1
장 마생 지음, 최갑수 머리말, 양희영 옮김 / 교양인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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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밀리앙 로베스피에르. 그의 이름이 오늘날에 어떻게 불리워지고 있는가. 급진파, 음모가, 공포정치의 대명사. 흔히 극좌 위험인물로 낙인 찍기 위한 비유로 쓰이고 있다.  

작가는 로베스피에르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으려 책을 썼음을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로베스피에르가 실제 연설과 편지의 대목들을 직접 수록하여 그의 사상과 심리를 짚고 있다. 이를 통해 작가는 그가 골방에서 지인들과의 음모로 권력을 획책한 것이 아닌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성장한 대중정치인이었음을 암시한다.  

또한 급진파라는 오해 역시 루이 16세의 처형과 대프랑스 전쟁의 발발에 반대했다는 사실을 앞세워 반박한다. 자코뱅의 한 갈래였던 산악파의 주요 인물들이 입체적으로 그려지는 점 역시, 당시를 공포정치로 끌고 갔던 산악파가 로베스피에르 개인의 조직이 아니었음을 증명해준다. 이는 그가 독재자가 아니었으며 혁명으로 향하는 대중의 열정을 뒤따른 이들의 일부였음을 뜻한다.  

책은 로베스피에르의 전기이지만 로베스피에르를 중심으로 바라본 프랑스 혁명사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프랑스 혁명은 1789년의 삼부회 소집부터 1799년의 나폴레옹의 브뤼메르 쿠데타까지를 말한다. 로베스피에르는 1794년의 테르미도르 쿠데타로 처형되므로 책은 혁명의 절반만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로베스피에르는 정국이 가장 뜨겁고 위태한 시기에 권력의 핵심에 있었으므로 복잡다단한 혁명의 단계를 알기에는 본 책이 적절하다.  

이전까지 국가를 통치하고 지탱하던 왕정체제가 붕괴되고 온갖 혼란이 야기되었다. 국내 곳곳에서는 반혁명 반란이 일어나고 경제는 통제되지 못해 민중은 분노했다. 거기에 혁명을 짓밟으려는 강력한 외부세력들이 연합해 프랑스를 침공했다. 사면초가에서 혁명으로 이룩된 체제를 어떻게 수호했어야 할까. 격렬한 내부투쟁은 알려진대로 공포정치와 단두대로 상징된다. 한편으로는 혼란하고 위태한 당시 상황은 로베스피에르와 자코뱅의 노선이 일부 이해가 되기도 한다.  

결정적으로 프랑스 혁명은 부르조아지의 혁명이었다. 본질은 10퍼센트의 부르조아지가 1퍼센트의 특권층이 가진 권력을 빼앗은 것이다. 상퀼로트라고 불리는 나머지 평민층은 결과적으로 부르조아지의 도구에 불과했다. 로베스피에르는 상퀼로트에 서서 너무 좌측으로 비껴나가 역사의 흐름에 반했던 것 뿐이었다. 그러나 표면상으로나마 내걸린 자유, 평등, 박애라는 혁명의 캐치프레이즈를 로베스피에르는 최후까지 품었으며 장렬히 산화했다. 때문에 논쟁적 인물이 된 지금에도 여전히 자코뱅주의자라며 자처하는 이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다만 불꽃같이 살다간 인물치고는 드라마틱한 면은 부족하다. 실제로 사생활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공적인 영역을 빼면 무미건조한 그의 생애는 훨씬 나중에야 출현하는 마르크스주의 직업혁명가를 연상시킨다. 물론 로베스피에르의 강력한 옹호자인 작가는 이러한 면까지 찬양하고 있다. 

나라를 뒤엎고 머릿 속에서나 존재했던 이상향을 현실로 건설하려던 놀라운 인물이지만, 혁명가 1세대로서 많은 실책 또한 저질렀다. 정적이었던 당통을 처형하고 정국의 주도권을 잡았을 때 로베스피에르는 순진함에서 발로된 실책으로 명을 재촉했다. 물론 이 또한 독재자로 왜곡된 로베스피에르의 오해를 푸는 단면이다. 어쨌든 그 역시 한 인간이었을 뿐이였고, 역사는 목이 잘린 그의 시체 위로 야속하게 전진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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