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동물 공동묘지 - 상 밀리언셀러 클럽 33
스티븐 킹 지음, 황유선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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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강의 줄거리는 이렇다. 시체를 묻으면 되살아나오는 신비로운 장소가 있다. 그곳에서 딸이 아끼는 고양이가 돌아온 것을 확인했던 주인공은 어린 아들이 사고로 죽자 고민에 빠진다. 돌아온 고양이가 고양이의 모습을 한 기분 나쁜 다른 무언가라는 것을 알지만, 슬픔으로 이성이 마비된 아버지는 하지 말아야 할 선택을 한다.  

황당하지만 스티븐 킹 월드의 메인 주는 원래 그런 곳이다. 더구나 그 속에서 인물들이 시달리는 시험들은 생각해 볼 여지가 많다.  

늘 그렇듯 가족이 된 고양이를 몸 위에 두고 책을 읽었다. 손길에 가르랑거리는 고양이를 보며 문득 우리 미래를 떠올려보았다. 녀석이 수명이 다되어 내 곁을 떠날 때도 나는 여전히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종의 차이가 이렇게 야속할 수가. 하물며 더한 유대감으로 밀착된 부모와 자식은 어떠할까. 내가 만약 소설 속의 시험에 든다면 과연 다른 선택이 가능할지 확언할 수 없다.  

소설은 비극으로 맺는다. 작품마다 분명한 도덕적 선을 그어놓고 선을 넘으면 가차없이 벌을 줬던 작가 지론에 걸맞다. 하지만 죽음을 맞는 그들을 두고 감히 자업자득이라고 평할 수 있을까. 소설의 아버지가 그렇듯이 나 역시 내면 한구석의 나약함을 인지한다. 작가가 만들어낸 악은 인간의 나약함에 기초한다. 외부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파고들고 내 안의 무엇이 호응해가며 몰락해가는 스티븐 킹의 스토리는 본작에서 최고조에 달한다.  

사춘기 이후에 오랜만에 집어든 스티븐 킹의 소설이 주는 감흥은 사뭇 다르다. 글은 그대로되 그동안 많은 경험을 했기 때문일테다. 클라이막스를 위해 차곡차곡 쌓아가는 단계에서 드러나는 작가적 역량은 1983년의 초기작에도 여전했음을 깨닫는다. 생과 죽음에 관한 글은 특유의 설득력 높은 스토리텔링을 통해 물음으로 되돌아온다. 새삼스럽지만 스티븐 킹은 정말 대단한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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