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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코필리아 - 뇌와 음악에 관한 이야기
올리버 색스 지음, 장호연 옮김, 김종성 감수 / 알마 / 2012년 10월
평점 :
'뮤지코필리아'. 해석해보면 음악광 정도가 될까. 책은 음악과 뇌의 작용을 작가는 신경과 의사로서 관찰하고 진료한 기록들을 통해 의학적으로 접근한다.
한순간에 다른 인간으로 변하는 전개의 몇몇 사례들이 소개된다. 예를 들면 음악에 관심이 없던 남성이 번개를 맞은 이후에 머릿속의 악상에 따라 작곡을 시작하고 중년의 나이에 음악계에 데뷔한다는 놀라운 이야기다. 물론 극적인 내적변화는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가정적이던 남성은 음악에 몰입때문에 사랑했던 아내와 이혼했다. '달과 6펜스'의 스트릭랜드의 여정을 따라간 남성은 자신의 운명에 만족했다.
또한 음악이 소리에 그치지 않고 시공감각을 동반한다는 주장들 역시 작가가 관찰한 사례들로 뒷받침된다. 이는 이미 많은 이들이 경험한 바다. 10대에 즐겨들었던 음악을 다시 들으면 당시의 나로 되돌아간다. 구구절절하지만 소중한 나만의 경험들이 생생하게 재생된다. 마들렌으로 옛날의 기억을 떠올리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마찬가지이다. 음악은 과거의 나로 데려다주는 마들렌이었으며 타임머신이란 비유는, 책에 의하면 단지 오그라드는 감성이 아니라 상당한 근거가 있었던게다.
한 순간에 뇌의 일부가 변질되어버린 환자와 예전의 자신을 깨우는 음악의 기능은 음악치료로 결합되었다. 수술이나 약물치료가 아닌 단지 음악을 들려주는 것을 추가하는 것만으로 과연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작가는 많은 성공사례를 들며 확신하는 듯 하다. 기억상실증, 원치않는 온갖 음악이 머릿 속에서 재생되는 투렛 증후군, 잘린 부위에서 통증을 느끼는 환상지 등은 음악을 들려주는 것으로 상당한 진전을 보았다. 물론 기적은 없다. 서서히 몇년 간의 치료에 의해 악화를 막고 일상생활을 보전해주는 정도였지만 음악과 뇌에 관한 작가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충분하다.
눈과 귀로 세상을 인지하는 인간의 이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과연 우리가 보고 들어서 판단을 내린눈 앞의 결론은 진실인가. 작가가 소개하는 사람들은 환청에 시달리지만, 과연 그들을 미쳤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지금에 보면 뇌의 연상작용에 불과하지만, 역사상 종교지도자들은 신의 목소리를 들었다 주장하며 문명의 정신적 흐름을 좌지우지했다. 원숭이와 별다를 바 없었던 인간이 문명을 창조한 데에는 '보이지 않는 것'을 창조해낸 인지혁명 덕분이었다고 말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와 일맥상통한다.
음악과 뇌의 피드백에 관한 책을 읽으며 인간에 더욱 주목하게 된다. 종교적인 독자는 모든 것이 뇌에서 비롯된 것임을 부정할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나는 불가해한 뇌를 보면서 인간의 가능성이 새로 보인다. 이는 실제를 무시하고 정신력을 앞세우는 꼰대적 결론과는 유사해보이지만 전혀 다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