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든 게이트 - 세기의 내부고발
글렌 그린월드 지음, 박수민.박산호 옮김 / 모던아카이브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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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1일, 기자인 글렌 그린월드는 '킨키나투스'라는 이름으로 보낸 이메일을 받는다. 중대한 내용을 제보하겠으니 그에 맞는 보안프로그램을 깔아달라는 내용이었다. 반신반의에 의한 몇개월의 씨름 끝에 그린월드는 홍콩으로 날아가 제보자를 만난다. 에드워드 스노든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사연의 시작이다.  

그린월드와 만날 당시 29살에 불과했던 스노든은 911 테러를 목격하고 육군에 입대한 평범하고 애국적인 청년이었다. 고교를 중퇴했지만 컴퓨터를 다루는데 재능이 있었던 스노든은 전역 후 CIA와 NSA를 거치며 기술직 관리자로 출세길을 달렸다. 그러나 스노든은 자신의 일을 회의했다. 증거가 될 데이터를 문서화해서 빼돌리며 내부고발자로서의 준비를 차곡차곡 시작했다.  

그린월드와 스노든이 접선하고 인터뷰하며 그 결과가 가디언지에 실려서 세상에 알려지는 과정은 대단히 흥미진진하게 그려져 있다. 국가의 치부를 드러낼 치명적인 비밀을 품은 두 남성이 감시를 피해 동분서주하는 장면들은 그야말로 영화다. 영화 '컨버세이션'부터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까지, 가공의 인물들은 감시에 편집증적이다. 하지만 스노든의 폭로로 현실로 드러났듯이 국가의 손길은 전지전능했으니 편집증적인 불안은 과대망상이 아니었다.  

스노든의 폭로의 대강은 이렇다. 국가안보국NSA는 정보를 수집하는 미국 국방부 소속의 연방 기관으로 이전에는 암호 해독을 주로 담당했다. 그러나 인터넷의 등장과 안보 환경의 급변은 NSA를 보다 강력하게 재탄생시켰다. 911 테러 이후 만들어진 '애국법'은 국가에 의한 감시와 감금의 대규모 확대를 합법화했다. 안보를 위협하는 징후를 파악하기 위해 NSA가 택한 접근은 유무선을 통한 시민의 모든 소통을 저인망식으로 긁어 오는 것이다. 헌법에 불특정한 시민에 대한 감시는 영장이 필요함을 명시함에도 NSA는 안보를 빌미로 초법적인 기관으로 군림했다.  

이를 진영의 틀로 보면 곤란하다. 부시 행정부에서 시작된 NSA의 전횡은 정권이 바뀐 후에 바로 잡히기는커녕 심화되었다. 많은 이가 상대적으로 민주적이라 믿었던 버락 오바마 역시 부시와 다름없었다. 더욱이 NSA의 활동은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을 뜻하는 '파이브 아이즈'의 협조를 받고 공유되었다.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흔히 인권을 가장 보장하는 민주적인 체제라고 인식되는 국가마저 개인의 사생활을 무차별적으로 침범하고 있었던 사실은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스노든의 폭로를 보며 국가와 개인의 관계를 생각해본다. 개인이 모여 국가를 이루고 국가는 개인의 안전을 보장해준다. 자유와 안전을 위한 규율은 적절한 타협점을 찾음으로서 양존했다. 그러나 급변하는 국제적 환경과 발전된 과학으로 둘러싸인 일상으로 인해 타협점은 위태위태해졌다. 

유투브를 로그인 할 때마다 내 취향의 동영상을 배치해주는 인공지능을 보며 편리해진 기술의 발달을 신기해하면서도 접속기록을 체크한 빅데이터에 소름이 돋기도 한다. 우리는 이제는 인터넷으로 연결된 세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손과 눈이 휴대폰으로 항시 향해 있으며 GPS와 카드결제와 CCTV로 생활패턴이 명명백백해졌다. NSA는 애플과 구글 등의 세계적인 기업의 백도어를 통해 세계의 거의 모든 개인에게 접근할 수 있었다.  

안전을 보장해주는데 왜 조그만 사생활침해를 문제삼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책을 보면 서구의 시민 인식도 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작가의 설명에 의하면 현재의 무차별적인 도청과 감청이 안보에 기여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고 한다. 더구나 이러한 추세가 계속 된다면 정말로 '1984'의 오세아니아가 조만간 현실화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충분히 일리가 있다.  최근 중국이 모든 국민을 분류하고 등급화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지 않는가. 농업화가 자유로운 수렵채집인들을 노예화한 문명의 시작을 떠올려보면 기술의 발달은 자유의 신장과 별개였다. 

단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개인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높은 미국이 저 정도라면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떨까. 워낙에 당면한 문제가 많기에 스노든이 던진 화두는 실감이 나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고민해봐야 한다. 절대권력에 대한 문제제기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구질구질하지만 비밀로 남겨둘 수 있는 혼자만의 영역이 사라진다는 것은 인간의 본능에 반하는 것이며 건전한 사회의 토대가 붕괴되는 시작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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