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로맨서 환상문학전집 21
윌리엄 깁슨 지음, 김창규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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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펑크 개념을 정립시켰다는 고전 '뉴로맨서'를 읽었다. 하지만 세계관을 이루는 기본적인 개념은 즉시 이해되기 힘들어 줄거리를 파악하는 것조차 벅찼다.  

제대로 읽은게 맞다면 윌리엄 깁슨이 1984년에 상상한 인터넷은 현재의 VR에서 더 나아간 형태와 유사하다. 머리에 부착된 전극으로 접속되는 '사이버스페이스'는 '사이버스페이스 데크'라는 도구를 통해 시각화된다. 극의 인물들은 사이버스페이스 데크를 통해 현실과 다름없는 가상현실 속에서 활동한다.  

소설의 주인공 케이스는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정보를 캐내는 해커지만 비윤리적인 행위로 사이버스페이스 접속을 차단당한 상태에 놓여있다. 그런 그에게 거부하기 힘든 제안이 들어온다. 특정한 물건을 얻어온다면 접속불가를 해제해주며 거액의 보상을 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케이스는 몰리를 동료로 얻고 사선을 넘나들며 목표로 나아간다.  

세계 곳곳과 우주를 넘나들며 케이스가 얻어야하는 목표는 과연 무엇일까. 케이스를 선택하고 일을 의뢰한 막후는 인공지능 '윈터뮤트'였다. 전지전능해 보이는 윈터뮤트가 원했던 것은 소설의 제목이자 윈터뮤트의 반대편에 서있는 또다른 인공지능 '뉴로맨서'였다. neuromancer는 신경 세포를 뜻하는 neuron과 점성술사 mancer가 합친 신조어이다. 생명을 제어하는 뉴로맨서를 사이버스페이스에서 막강한 힘을 휘두르는 윈터뮤트가 원했던 이유는 자명하다.  

윈터뮤트와 뉴로맨서. 양자의 결합은 새로운 신의 탄생일까. 이는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이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HAL처럼 인간에 적대적인 기계문명이 아니다. 가상현실에서 태동한 새로운 자의식의 탄생을 그저 담담히 지켜볼 뿐이다.  

장황하게 끄적거린 이상의 글은 익숙해지지 않는 소설의 구도와 개념을 이해해볼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마니아들에게 칭송받는 소설의 명성만큼의 감동을 받지 못해 유감이다. 나에게 '뉴로맨서'는 마치 작품성 순위의 상위권에 있는 테크니컬한 고전영화를 시청하는 것과 같다. 장르 내 역사적 맥락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보면 당시 첫 출현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혁신적 개념들이 시시하게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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