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까만 연필의 정체 ㅣ 난 책읽기가 좋아
길상효 지음, 심보영 그림 / 비룡소 / 2022년 5월
평점 :
담이의 필통에서 벌어지는 연필들의 기막힌 이야기
<깊은 밤 필통 안에서> 의 두 번째 이야기
<까만 연필의 정체>가 나왔다.
세 편의 이야기로 묶여 있는데 각각이 따로인 듯 큰 흐름을 함께 해서
책 저학년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자꾸만 까만 연필을 찾는 담이
딸기 연필도 아니고 당근 연필도 아니고 무지개 연필도 아닌
까만 연필이 자꾸 담이에게 가는 것이 연필들은 마음에 걸린다.
심지어 까만 연필은 '나도 담이 연필'이라고 주장하는데...
까만 연필의 정체는 뭘까?
손을 다친 담이가 까만 연필을 찾는 까닭은?
까만 연필은 탁 트인 도화지로 돌아갈 수 있을까?
깊은 밤 옷장 밑으로 흘러들어가버린 당근연필
며칠 동안 캄캄한 옷장 밑에서 담이가 찾아 오기만을 기다리는데..
옷장 밑에 누군가가 있다...... (oh my God!!! 공포동화였나? )
자꾸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심령동화야?? ㅠ^ㅠ)
당근 연필은 둥글게 생겼다는 그 연필이 몹시도 신경이 쓰이는데..
자석으로 꺼낼까? (음.. 담이가 3학년이군 ㅎㅎTMI 자석은 3학년 과학에 나온다 )를 고민하고
당근 연필을 걱정하는 필통 속 연필들과 달리
당근 연필은 어둠 속의 연필과 이야기를 하며
몰랐던 담이의 이야기를 알게 된다.
"열 살 담이는...... 어떤 아이야?"
그러자 당근 연필은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어요.
"담이는 최고야!"
가만히 듣던 어둠 속의 연필이 말했어요.
"그럴 줄 알았어."
(p.48)
잊혀진 줄 알았던 어둠 속 연필의 이야기를 알게 된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빙봉을 만난 기분이랄까?
연필들끼리 연필의 한살이에 대한 수다를 떤다.
(TMI 담이는 3학년이 확실하다. 배추흰나비의 한살이가 3학년 과학에 또!!! 나온다!!!! +ㅁ+)
연필의 한살이:
"안 깎은 긴 연필, 깎은 긴 연필, 깎은 짧은 연필, 몽당 연필." (p. 61)
딸기 연필이 골병이 들게 되고, 연필의 한살이를 순서대로 밟아가는 모습을 보며
연필들은 불안하다.
하지만 딸기 연필은
담이 엄마가 칼로 깎아 주고, 깍지를 끼워 새로이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지만
몽당연필이 된 채, 빈 깍지만 남기고 필통을 떠나게 된다.
딸기 연필은 정말 사라진 걸까?
연필들은 담이의 마음을 고스란히 글로 전하면서 성장해.. 아니 닳고 사라져 간다.
하지만 연필의 흔적은 담이의 노트에 마음에 남을 것이다.
이야기에는 연필만 보이지만,
연필과 함께 성장하는 담이의 모습이 보이는 듯 하다.
연필은 연필이면서 동시에 담이의 분신이었다.
사랑스럽고 따뜻한 마음을 담은
시를 쓰고, 일기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의 모습
그 안의 생각과 고민들이 연필들을 통해 잘 드러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인화를 할 때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작가가 하고 많은 것들 중 '연필'을 택한 이유가 분명 있겠지만,
매일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서
사장 가까운 곳에서 아이들의 생각을 오롯이 담는 도구라는 점에서,
말을 배우고 글을 쓰면서
자기만의 세계를 하나씩 깨고 드러내며 아이가 자라는 동시에
닳아지고 없어지지만 곁에 다시금 남는다는 게
여러 가지 의미를 가졌지 않았을까 싶었다.
가만히 내 필통을 열고 그 속에 담긴 연필들을 보았다.
내 연필들도 다시 달리고 싶지 않을까,
내 연필들은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그 안에 내가 있을까,
닳아지지만 언제까지나 자라고 있을 모두의 연필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