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억할 거야 사계절 웃는 코끼리 24
유은실 지음, 김유대 그림 / 사계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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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가 돌아왔다!!

얼마만에 돌아온 것인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구 년 만이다 ㅎㅎㅎ 자그만치 강산이 변할뻔 했다.)

돌아왔다는 것만으로도 축포를 터트릴 판이다.

<나도 예민할거야>와 <나도 편식할 거야>에서

튼튼하고 건강해서 오히려 예민하고 입짧은 오빠를 부러워하던 정이가

한층 더 성장한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말하고 싶지만

정이는 여전히 정이스럽다.

재밌는 거 좋아하고,

웃긴 거 사랑하고,

쓸데없이 진지한 것 같지만

유쾌하고 솔직한 정이만의 매력이

<나는 기억할 거야>에서도 뿜어져 나온다.

제목을 보며 생각했다.

뭘 기억하고 싶은거지?

혹시 잊혀져 가는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일까? 했지만

정이에게는 현재 진행형인 두 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카드뮴은 너무해>

질 것이 뻔한 것을 알면서도 '국어사전 같은' 오빠에게 설득당해

말잇기 놀이를 하고야 만 정이,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되고,

정이는 '카드뮴' 앞에 무릎 꿇고 만다.

심지어는 벌칙으로 딱밤까지 맞자 정이는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그 때 등장한 중재자 혹은 재판관 엄마!

엄마는 디 말놀이로 둘을 화해하게 해준다.

다 같이 해보시렵니까?

<디 말놀이> 규칙

- 사전에 없는 말이어도 된다.

- 말을 발명해도 된다.

- 이기고 지는 거 없다.

쓰디 쓴

얇디 얇은

다디 단

봄디봄

정이디정이

오빠디오빠

그리고 ㅎㅎㅎㅎㅎㅎ 육아디육아

<첫사랑은 너무해>

혁이 오빠가 요즘 연애중이다.

그래서 정이도 곰곰이 생각한다.

그리고 알게 된다.

정이의 첫사랑은 여섯 살 때 장오하다.

정이는 등산을 갔다가 첫사랑(이라고 생각한) 장오하를 만나지만

정작 장오하는 정이가 누구인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게다가

엄마도 아빠가 첫사랑이 아니라고 하고,

아빠도 엄마가 첫사랑이 아니라고 하는 통에

첫사랑에 '실패'한 사람이 셋이나 되어버렸다.

"그래도 괜찮아. 지금 서로 사랑하니까."

아빠가 대답했다.

"그럼, 행복한 실패지."

엄마가 아빠 손을 잡았다. 엄마 아빠는 행복해 보였다. 행복한 실패가 맞는 것 같다.

"정아, 너도 잊어버려. 기억하지 마."

오빠가 오하가 간 길을 째려봤다. 멀어져 가는 내 첫사랑을 째려봤다.

'잊어버릴까?'

마음이 복잡하다.

그래도 잊기는 싫다.

나는 기억할 거다. 오하를 좋아했으니까. 내 마음은 행복했으니까.

(p.57)

어린이의 마음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

때론 어린이이지만 어린이스러운 모습으로 살면

아직 어려서 그런다거나

(그 말이 틀린 것이 아닌데 기분은 좀 그렇다)

아직 철이 덜 들어서 그런다는

(그 말도 맞다. 어린이는 철이 아직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말을 들으면 어린이이지만 기분이 상한다)

말이나 듣게 된다.

요즘의 어린이들은 어른이들의 모습으로 살기를 강요받는 것 같아 서글플 때가 있다.

나도 그런 어른은 아닌지 가끔 서서 반성할 때가 있다.

유은실 작가의 <나도 예민할 거야>와 <나도 편식할 거야>를 읽었던 그 때가 기억난다.

관심 받고 싶어 하는 튼튼한(?) 어린이 정이의 간절함과

감자탕에 밥을 말아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지 모른다고 말하던 당돌함이

딱 어린이의 모습이었다.

짧은 문장, 꾸미지 않은 어투, 직설적이고 솔직한.

그런 정이를 다시 만날 수 있는 것 만으로도 설레고 좋았다.

어린이의 마음이 그대로 담긴 이야기를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학원에 치이고, 잔소리에 묻히고,

숙제와 숫자로 스스로를 묶어가며 내달리고 있는 아이들이

정이와 같은 시절이 있었음을 기억하면 좋겠다.

지금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행복한 실패도 행복했으므로 담아두겠다는 정이의 마음이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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