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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달려갈게! ㅣ 김영진 그림책 6
김영진 글.그림 / 길벗어린이 / 2017년 4월
평점 :
그게 언제였을까?
아빠가 내게 책을 읽어 주었던 것이.
아빠가 해주던 대로,
이제는 내가 매일 내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면서도
떠올리지 못했다.
아빠가 내게 책을 읽어주던 그 날들을.
-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 아빠.
- 아빠 어디가 좋은데?
- 아빠 까시.
단 한 번도 망설인 적이 없었다.
누가 좋은지, 누가 물어도 나는 흔들리지 않고
- 아빠
라고 대답했었다.
심지어는 '까시'(수염)가 좋다고 했으니
나는 분명 아빠바보였음이 분명했다.
아빠도 딸바보였으니 부전녀전, 피차일반이긴 했다.
그러나
나는 자랐고,
딱히 어느 때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아빠와 멀어졌다.
나는 스스로 서는 법을 알고 있었고
아빠는 떠나 보내는 법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서로
담담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작가도 그렇게 생각한 모양이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언젠가 너도 아빠 도움 없이 당당히 걸어가는 날이 올 거야.
그러면 아빠는 네가 눈부시게 대견해서 눈물이 날지도 몰라.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어.
네가 너만의 길을 찾듯 아빠도 아빠만의 길을 찾아야 하거든.
맞는 말이다.
때가 되면 자식은 자라서 부모 곁을 떠날테고,
그만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아빠보다 더 심지 있는 생각을 갖게 될테고,
아빠보다 더 강단 있게 앞으로 나아갈 지도 모른다.
부모 역시 그런 자식을 보며 뿌듯할 것이고,
나와 닮았지만 닮지 않은 인생을 살길 바랄 것이다.
하지만
담담히,
아무렇지도 않게,
책에서처럼
자연스럽게 서로의 길을 걷게 되는 부모와 자식보다
어쩌다 보니 멀어진 사이를 감당하지 못한 채
이별을 준비하지 못하고,
담담한'척' 하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이제는 각자의 길을 걸어야 하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멀어지는
부모와 자식이 더 많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이제는 더 이상 내 품 안의 자식이 아닌 아들과
이제는 더 이상 슈퍼맨이 아닌 아빠,
어쩌면 서로의 이름과 자리를 잊었을 지금의 우리들에게
옛 일을 떠올리게 한다.
아빠와 함께 책을 읽고,
아빠와 함께 울고,
아빠와 함께 했던,
아빠에게 기대고 의지했던 그 시간들을.
그리고
앞으로의 일을 볼 수 있게 한다.
예전에 내가 가졌던 아빠에 대한 환상을 다시금 일깨우라고.
아빠는 그런 존재였다고.
지금도 그런 존재라고.
앞으로 그런 존재가 되라고 말한다.
날로 달로 자라는 아이를 보며
기뻐하고,
애닳아하고,
간절해지는 아빠의 마음과
표현은 안 하지만
내가 필요할 땐 언제나 아빠가 달려와
나를 지켜줄 거란
굳은 아이의 믿음은
멀어진 사이와 상관없이
시간이 지나도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서로의 자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꼭 기억해야 할 그 한 마디
아빠가 달린다,
나를 위해.
나도 달려야겠다.
우리 아빠를 향해,
우리 아이와 함께.
그게, 내 자리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