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코믹스 : 공룡 - 화석과 깃털 ㅣ 사이언스 코믹스
MK 리드 지음, 조 플러드 그림, 김명주 옮김, 박진영 감수 / 길벗어린이 / 2016년 12월
평점 :
품절


"만화, 어떻게 생각하세요?"

교육부 지원 사업 결과 보고회장에서 타 지역 선배님께서 우리 테이블에 던진 물음이었다.

순간, 테이블에는 복잡미묘한 침묵이 흘렀다.

만화,

만화,

만화..... 음........

학교 현장에서 독서교육을 한다, 하는 사람들끼리도 사실,

만화는 선뜻 대답하기 쉽지 않은 주제이다.

전국에서 나름 책 읽는 방법 혹은 책 읽히는 방법 꽤나 안다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였지만,

쉽게 결론 나지 않았다.

12월, 파주의 밤에서의 밤은 몹시 길고도 뜨거웠다.

​

​

올 한 해 교육부 지원을 받아 교사독서교육개인연구를 진행했다.

교과와 독서를 어떻게 연계시킬 것인가가 큰 주제였는데,

나는 불운(?)하게도 과학교과와 독서를 연계시키는 방안에 대해 연구하는

몹시 새로운(!) 종류의 과업에 봉착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연구를 진행하면서

나와 우리 꼬꼬마들이 가장 많이 읽은 장르는 사실,

만화였을 지도 모르겠다.

학습 만화.

'학습'이라는 말, 그게 가면일 지도 모른다는 분들도 계셨지만,

모두가 인정한 부분은

사회, 과학적 지식

특히, 이독성(易讀性)이 낮은 - 다시 말하면,

말(개념) 자체가 어려워서 아이들이 읽기 꺼리는 부분이 많은

지식 서적의 경우,

만화로 읽으면 훨씬 전이력이 높다는 것이었다.

실제 과학 수업을 해 보면,

실험을 통해 개념을 설명하거나 이해시킬 때,

학습만화 시리즈를 읽은 꼬꼬마와, 그렇지 않은 꼬꼬마는

수용 속도나 이해의 폭이 다르다.

하지만 무언가 좀 아쉽다.

현재의 학습 만화는

기존 지식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글 대신 그림/만화로 표현되었을 뿐이다.

심지어는 수십년간 고정불변의 지식처럼 받아들여져 온 것들을 답습한다.

수많은 공룡 이름이 열거되고, 비슷비슷한 특징과 생김새가 그려진다.

80년대를 휩쓴 컬러학습대백과와 달라진 내용이 있을까?

아이들은 그저 많은 공룡 이름을 외우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그런 자녀를 보며 부모는 역시, 내 선택이 옳았다는 생각을 한다.

그게 '학습' 만화의 역할일까?

외우기 쉽게 만드는 것??

그런데 이번 책은 좀 다르다.

기존 학계의 정설을 뛰어넘는

최신판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매일 시시각각 업데이트 되는 인터넷 기사를 보는 것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진진했다.

스토리도 스토리였지만,

담겨있는 정보와 멋진 그림때문이었다.

레너드 핑컬맨 박사의 서문에서부터 시작해서

책장을 덮는 그 순간까지 '판타스틱 한' 동물을 놓을 수 없었다.

공룡이 살아있다!

공룡에 대한 발견과 함께 당대에 일반화된 사람들의 생각도 제시되어 있는데,

그것을 비교해 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뼈를 통해 어떻게 살아있을 때를 추정하는 지에 대한 자세한 과정,

화석을 발견하고, 연구한 많은 사람들 - 이들은 사실 이름조차 생소한 경우가 많았다.

의 노고와 성과가 현재 고생물학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까지

미시와 거시를 오가는 설명은,

단순히 공룡의 생김새와 이름만을 나열하는 방식과는 차별화 되어 보였다.

그저 많은 종류의 공룡 생김새와 이름을 매칭 하는 것이 아닌

고생물학 전반에 걸친,

기초적이면서 기본적인, 그래서 중요한 이야기가

독자의 생각의 흐름에 맞게 펼쳐진다.

또한

공룡이 내온성 동물(정온동물)이었을 거라는 가설,

새끼를 낳도록 진화했을 것으로 보는

흥미로운 발견들에 대한 언급과

공룡과 새를 연결하는 고리까지!!

읽는 내내 새로움에 감탄했고,

각기 다른 공룡 모습에 신선했다. (내가 아는 그 녀석이 이 녀석인가 싶기도..^^;)

만화라고 보기엔 아까울 정도의 색채와 묘사,

아주 적절히 배치된 설명과 말구름은

역시 그래픽 노블!이라 할 만 했다.

죽은데다 돌로 굳어버렸으니, 어떻게 보면 화석은 이미 끝난 결과물에 불과할 지 모른다.

그런데

이처럼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니!!

매일매일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고,

더욱 흥미로운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은 꼬꼬마들,,

더 이상 공룡 이름에 붙잡혀 있을 필요가 있을까?

이 공룡의 이름이 무엇인지

누가 얼마나 더 많이 외우고 있는지가 중요할까?

공룡에 대해 이미 굳어버린 사고와 상식을

깔끔하게 깨부수는,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인 연구들에

나 역시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을 어찌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맥락이 있는 만화,

생각하게 하는 만화,

행동하게 하는 만화,

앞으로의 학습 만화의 흐름과 방향을 제시하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느낌 있는 책이었다.

만화를 읽으면서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사실, 만화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하핫,, ^^;; )

그래픽 노블을 만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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