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꾸꾸의 세계 건축 여행 ㅣ 길벗어린이 지식 그림책 3
세키 나츠코 그림, 꾸꾸(스펙 리) 글, 김난령 옮김 / 길벗어린이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초등학교 3학년이었을 때, 가연이가 전학을 갔다.

오래된 주택가에 살던 나에게 또래 친구는 그 뿐이었는데

그나마도 새로 개발된 아파트 단지로 이사를 가게 된 것이다.

우리는 헤어지면서 울었고,

비록 열 살이었지만, 혼자 시내버스를 타고 가연이네 집까지 다녀오기도 했지만

그 아쉬움을 편지로 대신했다.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았는지 우리는 일주일에 서너통의 편지를 주고받곤 했었다.

그랬었더랬다.

하아..................... 가연이는 뭐하고 살까?

 



뜻 밖의 편지를 받게 되었다.

 

당혹스럽지만,

자기는 비둘기란다.

자기가 '얼마나 교양있고, 지성이 넘치는 존재인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단다.

아이러니컬 하게도,

내가 쓴 편지를 전하는 (우체국) 비둘기가 아닌

내게 편지를 쓰는 비둘기가 나타난 것이다.

 

꾸꾸는 생각보다 똑똑하게 세계 여행을 시도했다.

지구본에 놓인 순서에 맞게 서에서 동으로.

뒤죽박죽 여기 저기를 훑고 다니는 초보 여행자가 아닌

지금까지 겪었던 대부분의 경험을 총망라하는 것과 같은 흐름이었다.

​

 

어디든 안 가보고 싶겠는가만은

스페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한 번쯤 가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토니 가우디가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그의 생각을 분석하고 해석하여 만든 작품이니,

처음과 같지는 못하더라도,

위대한 협업작품이 될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자연의 모습이 어우러진,

가우디의 생각과

지금의 많은 사람들의 아이디어와 생각이 반영된,

위대한 예술가 한 사람이 시작하고

평범한 많은 사람들이 함께 완성한 성당은 과연 어떠할 지 궁금하다.

 

책장을 넘기다 좌우를 돌려 세워놓았을 뿐이었는데도,

(심지어 콜라주였음에도)

느껴지는 웅장함과 신비로움은 나를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콜라주의 특성일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건축물이 하나의 그림 속에 들어와 있음에도 전혀 어색하지가 않았다.

각각의 건축물을 소개하고 나열하기보다

때로는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을 설명해 주기도 하고,

건축물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제시하는 점이 좋았다.

비록 꾸꾸의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였지만,

비교적 객관적이고 다각적이었다.

 

책장을 덮으며

전세계 유서깊은 도시나 건축물 앞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둘기가 

그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 건물의 시작부터 모두 지켜보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목격자.

기회가 된다면, 꾸꾸에게

우리 나라의 한옥과

승효상의 현대적 건축물을 보러 오는 건 어떤지에 관한 편지를 써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덕에

갇힌 일상에서 열린 곳곳으로 세계 여행을 할 수 있었다는 고마움까지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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