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끄지 마 ㅣ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57
마에카와 도모히로 글, 고바야시 게이 그림, 이기웅 옮김 / 길벗어린이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아들이 전에 없이 어두움을 무서워 한 건,

유치원 같은 반 형, 누나들로부터 귀신 이야기를 듣고 나서부터였던 것 같다.

그 전에는 방에서 혼자도 잘 놀았고,

엄마가 분리수거 하러 잠시 밖에 나갔다 와도 멀쩡히 잘 지내던 녀석이

어느 날 부터인가

어떤 공간에 혼자 있는 것을 참지 못하기 시작했다.

문을 열어놓고 있는데다, 엄마가 보일테니 괜찮다고 말해도,

녀석의 겁은 쉽사리 수그러들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처음 '불 끄지 마'가 도착했을 때,

읽어주어야 할지 고민했다.

분명, 우리 아들 이야기이긴 한데,

어둠과 마주하고,

어두워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여섯 살이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서재 책상에 올려두었는데

ㅎㅎㅎㅎㅎ

귀신은 무서워하지만 귀신같은 아들의 눈에 걸리고 말았다.

- 불 끄지마?

(몇 장 넘겨보고, 몇 글자 읽어보더니)

- 무서운 이야기야?

- 글쎄, 네 생각에 달렸어.

- 읽어 줘.

- 괜찮겠어?

- 여기는 좀 무서운 거 같은데, 다른 덴 아냐. 읽어 줘.

- 좋아.

아이는 어둠과 함께 어두움을, 밤을 여행한다.

도시의 밝은 빛과 함께 곳곳에 숨은 동물들,

어두워야 들리는 소리들에 대하여

생각하고 느껴 본다.

그리고 빛으로 돌아온다.

현실로.

아들은 다 읽고 나서 갸웃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직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은 듯한 느낌이었다.

- 어둠이 귀신인 건 아니네. 근데 어둠이 나한테도 말 걸면 어쩌지?

- 나도 데려가달라고 하는 건 어때?

- 가서 수리부엉이를 볼거야

- 엄만 바다에 가고 싶은데, 같이 가는 건 어때?

- 혼자 있을 때만 말걸잖아.

- 그렇네, 혼자 있을 수 있겠어?

- 아니, 아직은 엄마랑 있을래. 나중에 더 크면 해볼래. 여기 형아처럼.

어둠과 있는 것이 꼭 두려운 것만은 아니라고,

밤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함이 있다는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누고 (함께 보았던 불꽃놀이도 ^^)

잠자리에 들었다.

유난히 하얀 나의 눈동자는 어둠과 대비되면서 동시에

극한 공포를 드러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어린이의 시각으로 보면 어디까지나 어둠에 대한 동화책이지만,

앞 뒤로 상상하기 따라 어쩌면 호러물까지도 될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나아간 생각인지도)

나를 제외한 인물의 얼굴이 등장하지 않고(심지어 잠에서 깨어난 후 만나는 엄마의 얼굴도)

공포에 질린듯한 어린 아이의 눈동자와 몸짓때문이었을까?

흐린듯 흩어지고, 번지는 듯한 색의 느낌 때문이었을까?

어둠에 대한 아이들의 공포심과 두려움,

그리고

세상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을 것 같은 침잠하는 어둠과 고요함

밤만이 가지는 특별함과 매력을 읽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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