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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라박박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75
윤지혜 지음 / 웅진주니어 / 2025년 9월
평점 :
애들이 조롱박을 알까나?
어릴 때 외할머니 집에서 조롱박을 키운 적이 있다.
조롱박이라고 하기에는 흥부네 박처럼 많이 커서
옛이야기에서 보던 선비 옷자락 옆에 붙은 조롱박이랑은 다르다고 생각했었다.
할머니는 박을 쪼개서 속을 파내고
잘 말려서 바가지로 썼다.
8자 모양을 한 것도 있었지만
어줍잖게 0에 가깝기도 했고,
물방울에 가까운 것들도 있었다.
다들 제각각의 모습으로 볕이 잘 드는 곳에 누워 있곤 했다. 바라바라박박들이.
병아리 삐약대는 봄에도
비쏟아지고 뙤약볕이 쬐는 여름에도
조용히 매달려 바라바라 박박들의 모습은
소리없이 자라는 어린 이들의 모습과 함께
자기 자리를 가만가만 지켜가는 이들과도 닮아있다.
흥부전에서 흥부가 박을 타는 장면보다 더 흥미로웠던 건
놀부가 박을 타는 장면이었다.
진짜 놀부 박에서도 금은보화가 쏟아져 나올까?
나쁜 놀부한테도 제비는 왜 박씨를 물어다 준걸까?
바라바라박박을 타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모습도 가히 하이라이트라 할만 하다.
무언가 열매 맺는 모습은 언제 봐도 뭉클하다.
바랄 것이 많아서,
바랄 것이 없어서,
우리는
또 차오르는 달 앞에,
떠오르는 태양 앞에 설 것이다.
그 날 어쩌면 내 귓가엔
고요히
바라바라박박..
바람의 주문이 들릴 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