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 양말이 사라졌어 스콜라 어린이문고 41
황지영 지음, 이주희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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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 내도 돼! 엄마, 흘릴 눈물은 흘려야 된대." (103쪽)

이 한 마디가 내게 가장 와닿았다.

나는 울어야 하는 순간을 자꾸만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로만 살면 되던 때는 떠나온 지 너무 오래되었다.

나는 원래 울보였다.

밖에 나가려는데 집 열쇠가 보이지 않아도,

용돈을 받아 잘 숨겨둔다고 챙겨둔 지갑이 보이지 않아도,

곧잘 울었다.

밤늦도록 아빠가 오지 않아서,

오빠가 잘못한걸 엄마한테 들켜서 혼나도

내가 울었다.

나는 눈물 도깨비였는지도 모르겠다.

규리는 할머니가 떠준 귤 양말 한 짝을 잃어버렸다.

할머니는 돌아가셨으니, 이제 더 이상 귤 양말은 없다.

규리는 그 양말 한짝을 찾으려다 눈물도깨비 루이를 찾고 만다.

루이는 슬픈 인간의 양말 한짝으로 그 인간의 슬픔과 눈물을 닦아

눈물이 인간을 삼키는 일을 막아주는 도깨비이다.

규리 말고도 엄마에게도 삼킨 눈물이 있다니.

규리는 눈물도깨비의 귤양말을 받아두기로만 했지만 약속을 어기게 되고,

귤 양말에서 흘러나온 눈물이 온 교실을 삼켜 버리게 되면서

규리는 친구들과 함께 루이가 사는 도깨비 마을로 가게 된다.

할머니를 잃고, 단짝 친구를 잃고

무언가 맥이 빠지고 힘 없이 슬픔에 잠긴 규리를

루이는 도와줄 수 있을까?

규리 때문에 형벌을 받게 된 루이를

규리와 친구들은 구해낼 수 있을까?

<인사이드 아웃>에서 천덕꾸러기인 줄로만 알았던 슬픔이가

사실은 기쁨 뒤에서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 지 깨달았던,

빙봉이 울던 장면이 생각났다.

- 그래, 슬펐겠다.

웃기게 만들려는 기쁨이의 노력보다

슬픔이의 그 한 마디가 가져다 주는 고마움과

우는 내 곁에 조용히 앉아 기다려주는 위로가.

규리는 귤 양말 없이도 괜찮을 수 있을까?

나의 귤 양말은 무엇인지,

나의 위로와 눈물의 끝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

<귤 양말이 사라졌어> 였다.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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