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초등학교 귀신부 웅진책마을 118
임정순 지음, 김푸른 그림 / 웅진주니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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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 때

귀신 동화에 홀딱 빠져있었던 때가 있었다.

온통 집에서 읽는 책은 공포 이야기였는데,

그때만해도 귀신이 등장하는 자극적(?)인 이야기는 동화로 취급하지 않던 때(!) 였기 때문에

주로 학교 도서관 보다는 학교 앞 문방구를 통해

B급 공포를 만나야 했다.

손바닥만하던 책에 실린 몇 안 되는 이야기는 괴담이 되어 널리널리 퍼져나갔고,

홍콩 할매, 빨간 마스크를 골목길에서 만나기라도 할까봐

귀갓길을 서두르기도 했었다.

(지금은 그들이 공포 동화의 원조격이 되었으니, 문방구에서 홀대 받던 그 시간들이

그들에게도 나쁘지만은 않았을 듯)

달빛초등학교 귀신부는

공포 동화에 홀릭할 수 있는 어린이들을 겨냥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측신에 대한 편견을 깨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측신은 주왕신과 함께 아직까지도 (흔한 표현을 빌자면 21세기에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수 있는 몇 안되는 신 중 하나이다.

귀신이 아니라 그들의 시작이 신이었다고는 하나,

할머니의 입을 떠난 순간부터

신은 공포의 대상인 귀신으로 남았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신이 아닌 귀신이라 더 오래 남을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생각한다.

정말로 학교는 공동묘지 위에 세워진 건지,

학교가 공동묘지와 다를 것 없어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달빛초등학교도 공동묘지 위에 세워졌다.

수세식 화장실이 들어서면서 폐쇄된 푸세식 화장실에 사는 측신을 깨운건

귀신부 아이들이었다.

귀신이야기와 공포물을 즐기는 아이들의 괜한 자존심 때문에 시작한 일이었는데

측신이 깨어나면서 귀신부 아이들은 뜻밖의 변화에 맞닥뜨리게 된다.

그건 측신도 마찬가지.

아이들을 놀래키고 겁먹고 소리지르는 인간들을 보며 즐거워할 생각을 하던 측신은

자신이 장난질이나 하는 한낱 화장실 귀신이 아니라 측신, 신이었다는 것을 떠올리고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게 되는데..

내 비밀을 함부로 말한 절친과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까

오해로 절친과 멀어진 친구와 다시 화해하는 방법은 무얼까

돈이 없어서 고민하는 엄마의 짐을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은 무얼까

친구의 뒷담을 하는 친구를 어떻게 봐야 할까

강비도 도율이도 아영이도 경주도

저마다의 고민을 해결하는 모습은 다르지만

친구를 잃지 않기 위해

측신을 만나고,

용기를 내고,

서로 이야기 하며

미안했다

고마웠다

사랑한다

말하는 장면이 별 것 아닌 것 같은 일이었지만 참 감동적이었다.

겨우살이 차 한 잔과 곁들이기에 좋은!

읽기에 어려움이 없다면 2학년부터, 보통은 3학년부터 읽으면 좋을 책

(<화해하기 보고서> <멋지다 썩은 떡> 정도의 책을 읽고 웃을 수 있는 어린이 이상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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