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한 마리 닭
바삭바삭 프라이드 치킨
매콤달콤 양념치킨
미지의 맛, 닭발과 똥집
쫄깃쫄깃 윙봉
짭조름 간장치킨
고소한 닭강정
겉바속촉 오븐구이 통닭
천하제일 치킨
- 온통 닭 이야기인데?
- 틀렸어, 치킨이야, 오빠
우리집 미식가 딸이 콕 집는다. (염유이가 될 상인가...? )
그리고는 오늘 저녁에는 허니 치킨을 먹고 싶다고 먼 곳을 보며 말한다. ㅎㅎ
차례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사랑하는 치킨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여러분도 그럴걸요.. 그렇게 될 겁니다. 애들은 그냥 지나치지 않아요 ㅎㅎ 혹~~시, 그게 아니라면 그렇게 하세요.
지금 먹고 싶은 치킨은? 가장 맛있게 먹었던 치킨은? 눈물의 치킨? 이 세상에 단 한 종류의 치킨 조리법만 남는다면? 치킨에 얽힌 추억 이야기로 흐르게 될 것 입니다.)
치킨 요리 왕 아니고 치킨 왕 - 세상의 모든 치킨의 맛을 아는 -이 되고 싶은 염유이와
시골 농장 찌그러진 컨테이너 박스에서 자신만의 럭셔리 라이프를 꿈꾸며 살아온 101호 닭의 운명적인 만남!
치킨 업계 1위 남봉원 회장의 치킨 쇼는 그렇게 시작된다.
남들이 비웃는 꿈이지만 유이는 굴하지 않고
좋은 계보나 관리 받지 못한 닭장 출신 일공일호의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사건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유이의 모습 같지만 일공일호의 이야기이고,
일공일호의 생각 같지만 유이에게 적용되는 흐름은
읽는 이들로 하여금 어느 순간 유이와 일공일호를 중첩되어 볼 수 있게 한다.
꿈을 꾼건 나인가 나비인가... 인듯함이랄까? ㅎㅎ
크게 틀어 놓은 TV에서 말을 배운 일공일호의 사극 말투로 전해지는
현실 속 우리의 뼈를 때리는 말들은 따로 노트에 적어두고 싶을 정도였다.
사실 일공일호말고 어린 유이나 아빠의 말에도 명대사가 참 많은데,
극작가였던 작가의 영향인 것 같기도 하다.
"나도 바삭바삭한 사람이 될래. 프라이드치킨처럼 기본이 훌륭한 사람!" (p.28)
"자네들이 좋은 집에 금벼슬로 태어난 건 운이 좋았을 뿐이지, 스스로 이룬 게 아니지 않나." (p. 70)
"엄마가 그러는데 사람이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대. ... 안심이나 가슴살은 맛없어. 근데 또 퍽퍽살이 없으면 쫄깃살이 그렇게 맛있는지 모를 거야. 때론 하기 싫은 일도 공평하게 해 줘야 진짜로 좋아하는 게 뭔지 알 수 있어." (p. 79)
"아무리 뜨거워도 쉼 없이 튀어 올라야 해. 포기하고 기름 속에 안주하면 눅눅하고 느끼해지지." (p.118)
"보통 치킨은 뜨거워야 맛있지? 그런데 닭강정은 식어야 바삭하고 고소해. 세상에 정해진 일 따윈 없어. 섣불리 판단하고 낙심할 필요도 없지. 어떤 상황에 처했든 시간을 조금 두고 지켜 봐. 슬픔은 꽁꽁 얼렸다가 천천히 녹여 먹고, 기쁨은 뜨겁게 튀겨서 후후 요란하게 먹고, 분노는 찬물에 식혀서 쪼끔만 먹는 게 좋아. 뭐든 체하지 않게." (p.118)
"꿈은 배우는 게 아니야. 저절로 생기는 거지. 서두를 것 없네. 천천히 생각해 보시게!" (p. 125)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p.141)
"꿈꾸는 삶은 결코 후지지 않지. 삶은 생각하는 쪽으로 스며들거든!"(p. 146)
".. 규칙은 새로 만들면 돼! 여기까지 와서 케이지에 갇힌 채 박제될 순 없지. 내 발로 다닐 거야. 자체 발광 스타. 그게 바로 나야. 내 인생, 아니 내 계생의 주인공은 나야 나, 바로 나라고!" (p. 156)
"비행기도 단번에 날지 않아. 날기 위해서 먼저 천천히 달려야지. 계속 발을 굴려 봄세. 거기에 왈츠 리듬이 실리면 더할 나위 없고."(p. 163)
아이들이 꿈을 강요 받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누군가를 위한 꿈,
누군가에게 보여 지기 위한 꿈,
꿈이 없지만 꿈이 없다고 말하면
계획없고, 무성의하고, 생각없는 아이처럼 비추어 질까봐 스스로 작아진다.
가장 많이 본 것들 혹은 익숙한 것들로 자신의 꿈을 대체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유투버, 아이돌이 매번 순위에 오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가장 익숙한 대상이니까.)
유이 친구 건우는 사실 발명왕이 되고 싶지만
다른 사람 앞에서는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건우는 똑똑하고 공부도 잘하지만
치킨 요리사가 아니라 치킨 왕이 되고 싶다는 유이가 부럽다.
이 책을 읽는 많은 아이들이 유이처럼 자기 꿈을 솔직히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쓸모 없어 보이지만 그 또한 가치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되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이 무슨 일을 하며 살게 되든, 어떤 직업을 갖든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나쯤은 하면서 살면 좋겠다.
넘치는 재치와 유머로 읽는 내내 멈출 수 없었다.
어떤 명대사가 또 튀어 나올 지 몰라 조마조마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결코 생각까지 가벼운 건 아니다.
치킨 쇼의 승자는 누가 될까?
믿고보는 일공일삼 시리즈 106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일공일호와 유이의 마지막이 궁금하다면 어서
<천하제일 치킨 쇼>의 막을 여시길!
(3학년 이상이면 충~분히 읽어낼 수 있다.)
(총 p.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