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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달력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44
김선진 지음 / 웅진주니어 / 2022년 3월
평점 :
조그마한 도시의 땅도 그냥 두지 않는 건
늘 엄마 아빠였다.
버려진 땅,
건물이 사라진 빈터에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며 키우는 모습을 볼때마다
왜 그런지 알 수 없었더랬다.
들인 값도 되받을 수 없고,
힘들게 일한 것에 비해 수확량은 보잘 것 없었다.
노력에 비해 결과가 좋지 않은데도
끝내 작물을 키워내는 건
농부의 아들이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고 내 맘대로 생각해 버렸지만,
나도 엄마 아빠랑 텃밭을 가꾸는데 일손을 보태고,
정원에서 강아지처럼 뛰놀며
철마다 자라는 나무들의 열매를 따먹으며 자랐다.
<농부 달력>은
온전히 농부의 일 년을 보여주는 기록이면서 동시에
자연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노부부의 모습이 인상적인 그림책이다.
아무렇지 않은 듯 흘려 보내는, 내뱉은
엄마와 아빠의 말 속에
(아이들은 모두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할머니, 할아버지, 라고 불렀지만)
오래된 삶의 깊이 있는 철학들이 담겨 있다.
- 봄은 어디에서 시작되고 있을까요.
봄은 냉이 뿌리에 아직 숨어 있나요.
새들이 물고 오다 떨어트려 주나요.
차가운 바람 사이사이 흐르는
햇살을 타고 오나요.
아까부터 찜해 둔 봄꽃 무늬 몸뻬에 피어나나요.
새로 볶고 물들인 까만 머리 위로
새싹처럼 돋아날까요.
봄은 사방에서 스며 오고 있네요. (p. 3-4)
한 편의 시 같기도 한
봄의 모습을 읽으며
내 머릿 속에도 할머니와 장터에 갔던 기억이
엄마와 손잡고 시장에서 딸기 바구니를 바라보던 추억이 생각났다.
- 쓸데없이 내리는 비는 없습니다. (p.11-12)
계절과 계절 사이에 항상 비가 있다는 아빠의 말씀처럼
쓸데 없는 비는 없다.
메마른 땅의 목을 축이고,
곡식을 키우고 과일을 맺게 한다.
세상에 쓸모 없는 것은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 심고 가꾸고 거둬들이는 데는 다 각자의 때가 있습니다. (p. 27-28)
자신만의 속도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쳐 나가는 것도 마찬가지이리라.
남들보다 늦는다고 조급해 할 필요 없고,
남들보다 앞섰다고 자만할 필요 없다.
어쩌면 우리 사는 모습이
텃밭에 있는 지도 모른다.
엄마와 아빠 혹은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일년을 따라가며
아이들과 함께 보낼 일년을 계획해 본다.
- 애들아 우리 올해는 무슨 씨앗을 심어 볼까?
- 비오는 날엔 뭐할까?
- 이번 방학에는 할머니 댁에 갈까?
식탁에 오른 채소들이 귀하다.
누군가의 손을 거쳐 이토록 아름답게 자랐을 것이다.
지금 내가 하루를 보내는 이 아이들도
누군가의 손을 거쳐 그리고 나의 손을 거쳐 아름답게 자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평범하고 일상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큰 이야기가 숨어있는 <농부 달력>
'00 달력'으로 패러디 해봐도 재미있겠다.
(p.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