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볼 (양장)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기존의 미래 소설이 갖추고 있는 요소들이 다 있는 거나 다름 없었다.

기후 변화,

전쟁으로 인한 문명의 종료,

유전자 조작과 새로운 사회 시스템.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전쟁문명 시대의 모든 것이 재생되는 스노볼이 있다는 것이었다.

한사람 한사람마다의 삶이 생방송 되는,

혹한기를 이겨내는 일반인들과는 다른

액터와 프로듀서들만이 사는 세계 스노볼.

​

'초여름의 밤'을 닮은 아이 전초밤은 프로듀서가 되는 날을 꿈꾸며 오늘도 발전소에 출근한다.

쌍둥이 온기와 함께 발이 푹푹 빠지는 눈 속을 걸어 버스를 타면

하루 종일 발전소에 있다가 돌아오지만,

일상 속 유일한 낙은

고해리 전용 채널을 보는 일이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는 초밤이가 TV에 나온다며 매일 고해리를 손녀라 부른다.

이상하리만치 닮은 두 사람,

그리고 어느 날,

스노볼에서 고해리를 만든 프로듀서 차설이 초밤이를 찾아와

해리가 간밤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에 더해

달콤한 제안을 한다.

"고해리로 살아줘."

​

초밤은 차설 디렉터의 말대로 스노볼에 가게 되지만,

스노볼에서 사는 일은 만만하지 않았다.

초밤이 해리로 살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쿠퍼 라팔리를

조용히 처리(?)하는 모습을 지켜봐야했고,

해리를 증오하는 - TV에서는 그렇지 않았지만 - 엄마와

너무 살갑고 다정하지만 때로는 손찌검을 하는 할머니랑 살아야했다.

​

초밤은 해리로 사는 멋에 스노볼에서 사는 맛까지

꿈이고 뭐고, 그대로 주저 앉고 싶어 고해리로 살고 싶어진다.

하지만

머릿속에 자꾸 의문이 남는다.

이런 삶을 고해리가 포기해야 했던 이유는 뭘까?

만나지 못했던 고해리가 품었던 비밀은 무엇일까?

​

초밤은 스노볼에서 살면서 해리의 비밀을 하나씩 알아가게 된다.

확언할 수 없지만, 확신이 드는 상황에서

초밤은 자신이 해리라며 접근하는 여자애의 꾐에 넘어가 추방당하고 만다.

그리고 그곳에서 모든 진실을 알게 된다.

​

읽는 내내 초밤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가 궁금했다.

초밤은 늘 자신의 생각보다 주변의 생각이 우선하는 아이였던 것 같다.

나를 걱정하는 엄마가 걱정되어서,

내 선택으로 내가 아닌 주변 사람이 불행해질까봐 걱정되어서

오롯이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없는,

지나치게 속 깊은,

배려의 아이.

초밤은 모두에게 더 없이 좋은 조건,

좋은 환경에서 자신의 삶을 모두가 부러워하는 삶을 살 수 있었지만

그것은 전초밤의 삶이 아닌, 고해리의 대역에 불과하다는 것을

자신의 도플갱어 명소명으로부터 듣는다.

​

"내가 왜 고해리로 살아요, 난 명소명인데."

​

초밤은 자신의 도플갱어들, 아니 처음부터 고해리로 프로젝팅 된 자매(?)들과 함께

방송국을 테러하러 간다.

모든 것을 밝히러.

​

대가 없이 초밤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마치 거짓이 진실인양 호도되는 상황을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더 진짜같지만 사실은 가짜였고, 거짓 투성이였던 스노볼은

초밤과 도플갱어들로 변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

새로운 인물들이 하나씩 등장할 때마다

그 인물에 대한 소개를 줄줄이 나열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제외한다면

전반적으로 흥미로운 서사였다.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키(key)도 다양했고, 특이한 이력이나 캐릭터도 돋보였다.

요즘 청소년들이 환호하는 v로그, 프로듀서(크리에이터), 액터에

미래 소설이 더해졌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만하지만

<아몬드>나 <유원>에 비해 전달되는 메시지는 좀 약했던 것 같다.

​

겨울 방학 동안,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 <스노볼> 한 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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