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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 (양장)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평점 :
#유원 #창비사전서평단
두 여자는 어느 곳을 보고 있는 것이었을까?
책장을 덮으면서
그 두 여자가 유원과 수현이었겠구나. 생각했다.
'아몬드'에서와는 또 다른 먹먹함이 있는 책이었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아플 수 있지만
이렇게 아픈 성장은
책 속에서만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유원은
예정 언니의 죽음으로 지금을 살고 있다.
그 날의 화재는 아주 우연한 것에서 기인한 것이었지만,
오늘까지 원이와 가족, 예정이를 기억하는 이들은 필연으로 그 날에 귀인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불이 난 아파트 11층에서
열 일곱살 예정 언니는 여섯살 유원을 이불에 싸여 1층으로 던졌다.
유원을 온몸으로 받아낸 아저씨는 오른쪽 다리뼈가 산산조각 났다.
언니는 죽었고,
아저씨는 장애를 갖게 되었다.
유원은 마땅한, 죄책감으로 살아야 했는지도 모른다.
남들 눈에 띄지 않게 살고 싶었지만
새학년이 될 때마다
아이들은 유원을 두고 속닥거렸다.
화재 사건에서 살아남은 아이.
12년이 지난 오늘에도 사람들은 유원을 그렇게 불렀다.
유원은 운 좋게 살아남았다는 타이틀(?)로
시원하게 웃을 수도, 소리지를 수도 없었다.
아저씨는 내 목숨과 마땅한 죄책감을 이용해
항상 돈을 빌려가곤 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인생이어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지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인생이어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유원은 학교 옥상으로 가는 책상더미 아지트에서
수현을 만난다.
옥상 마스터 키를 가지고 다니는 여자 아이.
유원은 수현과 함께 옥상에 나가 새로운 하늘을 보게 된다.
친구를 집에 초대하고,
친구 때문에 학원을 빠진다.
친구와 약속을 잡고
친구를 기다리는
평범한 일상.
하지만 유원은 수현이 아저씨의 딸이라는 걸 알게 된다.
증오하던 아저씨의 딸
하지만 유원은 어느 날 갑자기 장애를 갖게 되었을 아빠,
사업은 자꾸만 망하고,
엄마와 싸우고,
말만 그럴듯 하게 하면서
우리는 신경도 쓰지 않았을 아빠에게 분노하고, 미워하고, 결국엔
포기했을 수현을 생각한다.
그리고 수현의 동생 정현도.
수현과 정현은
유원을 위해
패러글라이딩을 생일 선물로 준비한다.
하늘을 날면서 유원은 오롯이 혼자가 된다.
언니의 동생도
엄마 아빠의 딸도
화재사건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도 아닌
유원으로.
읽는 내내
회복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원이의 모습이 마음쓰였다.
수현과의 얽혀가는 관계도 걱정되었다.
그렇지만 그덕에 단단해질 수 있었다.
잃었지만 얻었고,
없었지만 있었다.
유원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주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