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섭은 남과는 다른 나만의 것을 그리고 싶었다.
자신만의 확고한 세계
자신만이 그릴 수 있는 것을 그리고 싶어 했다.
남들과 같은 것을 좇으며, 남들과 같지 않은 것을 두려워 하고,
나를 숨기고 남과 닮기 위해서라면
겉치레와 허울이라도 담는 지금의 우리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어쩌면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어디에 있든
그 누구와 있든
'나'로 살게 하는 것.
중섭은 일본 유학시절 만난 마사코와 결혼했고,
두 아들 태현과 태성을 낳는다.
그림이 팔리지 않아도, 중섭은 그림을 그리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아내와 두 아들이 중섭의 삶에 큰 버팀이 되었으리라.
하지만 가족의 삶은 오래가지 못한다.
원산에서 부산으로 부산에서 다시 제주로 이어지는 피난 속에
마사코의 아버지가 일본에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그리고 마사코와 두 아들은 일본으로 가게 된다.
그리움과 사랑을 담아 주고 받은 편지 속에 그린 그림은
아련하고도 애틋했다.
나는 사실 이중섭의 '소' 보다
아이들과 가족에 관한 그림을 더 좋아한다.
그 어떤 것도 아닌
아버지로, 가족으로, 한 사람으로 보여지는 이중섭의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