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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나 ㅣ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91
오호선 지음, 정진호 그림 / 길벗어린이 / 2019년 12월
평점 :
어린이의 마음을 적확하게 통쾌하게 대변하는
요시타케 신스케
'불만이 있어요'에서
딸과 아빠는 말싸움을 이어간다.
- 난 지금 단단히 화가 났어요.
(화가 난 바가지 머리 딸의 표정과 팔짱낀 모습이란..
왠지 제 입도 삐죽 나올 것 같아요)
왜냐하면 어른들은 뭐든 제멋대로 하니까요.
(어린 시절에 이런 불만 한번, 아니 백만번쯤은 품었더랬죠.)
불만을 다 털어놓고
멋대로 못하게 해야겠어요.
('멋대로 못하게' 한단말은 누가 했을까요? 분명 ㅠ)
로 시작하는 '불만이 있어요'는
부조리한(?) 어른들만의 논리를 깨부수는
야무지고 똘똘한 정의의(!) 어린이가
결국엔 아빠의 말발에 굴복하지만
마지막에 멋지게 한 방을 날리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아빠와 나'의 아빠와 나는 어떤 모습일까?
눈오는 겨울
창가에서 마주 선 아빠와 아들은 슬몃 웃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출판사에서 제공했던 아빠와 나의 다툼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그림이다.)
정말 이 둘은 아무말 잔치를 하는 걸까?
- 아침에 일어나 보니 눈이 왔어요.
온 세상이 하얘졌어요.
( 나는 아들인 모양이다. '불만이..'에서 나온 딸보다 더 순박해 보인다.
왠지.. 이 아들은 야무진 것보다 해맑음으로 승부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어서 일어나요.
눈 위에 발자국을 푹푹 찍고,
뒹굴뒹굴 굴러다니고,
눈덩이를 냠냠 먹어 보고 싶어요.
아이스크림처럼요."
(역시, 그림대로 순수한 어린이였다..)
"안돼, 그러면 감기 걸려."
(그렇지! 그래야 평범한 아빠인 거다.)
-"감기에 걸려도 괜찮아요."
"열이 펄펄 끓어올라서
불덩어리가 될 텐데?
우리 집이 불에 탈지도 몰라."
('감기걸린 물고기'의 빨간 물고기가 생각나는 건 무얼까?
아빠도 박정섭 작가를 좋아하나?)
아이와 아빠의 물고 물리는 대화는 끝없이 달릴 것만 같다.
그냥 그렇게 끝날 줄 알았던 엉뚱한 대화가
갑자기 감동으로 이어진다.
-"아빠, 하늘에서 나는 아빠의 아빠가 될래요."
아들의 재치있는 대답은 다시 유쾌한 상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아들은 소원하던대로
눈 위에 발자국을 푹푹 찍고,
뒹굴뒹굴 굴러다니고,
눈덩이를 냠냠 먹어볼 수 있을까?
아이다운 엉뚱함으로 시작해서 부모다운 감동으로 끝을 맞는
'아빠와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