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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첫 캠프 ㅣ 네버랜드 그래픽노블
베라 브로스골 지음, 김영진 옮김 / 시공주니어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우리 아빠는 낚시를 좋아했다.
매일 초과근무에 야근을 일삼는 직장에 다녔지만,
아빠는 오빠와 나를 위해 매주 강가로 낚시를 갔다.
차가 없던 시절이어서
아빠는 우리 네 식구가 잠잘 텐트에,
먹을 식량에, 버너, 낚시 가방까지
양쪽 어깨에 뻘건 멍이 들 정도로 무거운 짐을 들고 다녀야 했지만
우리 가족은 으레 주말엔 낚시를 하러 다녔다.
때로는 강가에 텐트를 쳤고,
때로는 폐가에 들어가 비를 피하기도 했다.
배가 오기로 약속한 시간까지 오빠와 잡은 붕어를 세거나 떡밥을 이기며 놀곤 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오빠와 함께 갔던 캠프에서
물에 빠져 죽을뻔하기도 했고,
중학교 때 청소년 단체에서 지리산으로 야영을 갔다가
폭우에 텐트가 떠내려가기도 했었다.
나는 캠핑에 익숙한, 보기드문 여자애였다.
하지만 여자애들과 사귀기는 어려워하는 보통의 여자애였다.
심리와 관계 모두 복잡한 여자애들 말이다.
학교와 집에서 보여주는 베라의 일상은 불편하다.
베라는 러시아 이민자 여자애이다.
(이 말부터 얼마나 차별적인지!)
스스로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선택받지 못하는 것에 상처받고
다름을 넘어서지 못해 좌절한다.
그런 베라가 가게 된 러시안 캠프
처음엔 모두가 다 나를 이해해줄 사회라 믿었지만
스스로 친구를 만들어야 하고,
하나씩 배워나아가야 한다는 건 같았다.
그곳 역시나 베라에겐 냉혹(?)한 사회이긴 마찬가지였다.
미국인 친구들과의 간극을 좁히지 못했던 것은
베라가 러시아 이민자이기도 했지만
베라가 생각하는 관계 맺기 방식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기도 하며,
베라가 아직 관계에 있어 미숙하기 때문인 것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베라 역시 때로는 주류들에 끼어 비주류 친구들을 무시하거나 놀리기도 했고,
자신이 주류들에게 소외당하기도 했다.
- 친구는 사귀는 방법도 중요해.
- 난 열일곱이야. 너부다 나이도 많고, 경험에서 얻은 것도 많아. 그중 하나는 물질로 산 우정은 자연스럽게 쌓인 우정만큼 값지지 못하단 거야.
낯선 곳에서 새로운 친구와 친해지는 경험은 나도 처음이라서. 말이다.
베라는 캠프에서 자신만의 능력을 발휘하게 되는 기회를 갖게 되고,
그 기회를 잡기 위해 여러 모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동물과의 친화력으로 키라의 기니피그를 찾아주고,
그림을 매개로 키라와 가까워진다.
그리고 나파데니야(남학생 텐트 깃발뺏기)에 성공한다.
베라의 2주 아니 어쩔 수 없이 연장된 4주간의 캠프는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다.
작가가 고백한 것처럼
자신의 2번에 걸친 캠프를 보다 극적으로 표현하긴 했지만
'어서 나를 데리러 와'달라는 편지의 문장은 진심이었던 것 같다.
작가 베라에게도, 주인공 베라에게도.
하지만 '베라'는 모두를 훌륭하게 해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친구가 없어서 헤맬때도 있었고,
친구를 곁에 두고 싶어서 욕심을 부린 적도 있었다.
혼자 살아가는 건 불가능한 것 같았고,
반드시 어딘가 나의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 아닌 확신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결국엔
자신만의 주관을 가지고 단단하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했다.
무리가 있든 없든,
친구가 있든 없든,
내가 나일 때 비로소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걸 알았다.
관계로 인한 상처에 아파하고,
사람에게 다치는 과정을 통해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 때 베라를 읽었다면 어땠을까.
낯선 사회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며
자신이 해야할 일을 해나가며
자신을 찾아간다는 건 분명 쉽지 않은 일이지만
지금 베라와 같이 혼자라고 생각하는 이가 있다면
그들 역시 베라처럼 한걸음씩 당당하게 나아가길 바란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처음은 항상 쉽지 않은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