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생각했다면,
그래서 코딱지 파는 아이와 할아버지에 관한 이야기 정도로 생각했다면
지나치게
단순하고도 뻔한 생각을 했다고
반성하게 만들 책이다.
아이들은 자신이 생산한 것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것은 사실이다.
자기 몸에서 나온
냄새가 나지만
따끈한 그것들에 대해
갖는 애정은 어른이 된 우리들이 잊고 있는 것만큼이나
강렬하다.
하지만
'코딱지 할아버지'의 코딱지는 단순한 생산물에 지나지 않는다.
할아버지와 나만의 비밀이고
연결 고리이며,
과거와 미래의 약속이다.
- 진짜 좋아하는 거랑은 헤어지면 안되는데...
하던 민이는
'영영 헤어지는 게 아니'라는 할아버지 말에 눈물이 뚝 떨어진다.
- 할아버지도 죽으면 다시 생겨?
- 할아버지도 너를 남겨 두는 거야.
- 내가 할아버지 새 이빨이야?
- 그래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새 이빨로 살고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엄마 아빠의
나의 새 이빨로.
헤어짐은 일상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죽음은 먼 이야기일 것으로 생각한다.
어느 날 갑자기 믹과의 이별을 맞이해야 했던 포엡과 가족의 이야기(믹에게 웃으면서 안녕- 바바라 파크, 웅진주니어)를 읽거나
'엄마가 오늘 아침에 죽었다'로 시작하는 무릎딱지(샤를로트 문드리크, 한울림)를 읽으며,
'너무 울지 말아라'(우치다 린타로, 한림)라고 말하는 할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으며
울지 않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코딱지 할아버지 역시
병원에서 민이와 할아버지가 주고 받는 대화를 읽으면 가슴 한 켠이 아리다.
누군가 내게도 이런 말을 해주었다면
덜 아팠을 것 같다.
믿고 싶지 않고 잃고 싶지 않은 이별 앞에서
담담하게
혹은 단단하게 헤어질 수 있는 건
그들과 나만이 알고 있는 추억이, 기억이 내게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