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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큰 토끼의 고민 상담소 ㅣ 시공주니어 문고 1단계 69
김유 지음, 윤예지 그림 / 시공주니어 / 2019년 7월
평점 :
"잘 지내고 있나요?"
이 한 문장이 한 시대를 사로잡았던 때가 있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러브레터.
나카야마 미호가 죽은 연인을 향해 외치던 이 한 마디는
"나는.. 나는 잘 지내고 있어요."
라는 흐느낌과 함께
오래토록 가슴에 남았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우리 아이들은
잘 지내고 있는걸까?
교실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모습은 제각각이다.
다양하다고 표현하기엔 복잡하기까지 한 아이들의 모습은
밝고 아름답지만은 않은게 현실이다.
걱정없이 뛰어 놀던 게 언제였을까?
친구집에 가서 라면을 끓여먹고,
만화방에 가서 히히낙락 웃고,
방에서 뒹굴거리며 놀다
늦은밤까지 엄마를 기다리며 TV를 보던.
저 아이들에겐 그런 시간이 있기나 했을까?
- 피곤해요.
- 안 하고 싶어요.
- 쉬면 안 돼요?
- 사춘기라 그런가봐요.
저들이라고 고민이 없겠는가,
학원때문에 힘든 아이
엄마때문에 힘든 아이
스스로를 자책하느라, 혹은 남을 탓하느라 힘든 아이.
저마다의 이유로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나 또한 너희와 같은 시간을 겪었으므로
너희에게 주어진 시간도 곧 지날 거라는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기에도 미안한. 아픈.
귀 큰 토끼는 자신의 장점을 살려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준다.
들어주는데에서 나아가
자신의 눈으로 자신만의 방법으로 친구들을 돕는다.
혼자라서 외로운 친구
밤마다 잠을 못 자는 친구
뚱뚱하다고 놀림받는 친구
좀 느리다고 야단맞는 친구
모든게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
나만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친구
걱정 때문에 걱정인 친구
모두가 귀 큰 토끼의 현명함에 감탄하며
친구의 처방에 따른다.
귀 큰 토끼의 처방은
읽는 이에게 전하는 작가의 말이며
동시에 우리 모두에게 처방된 전언에 가깝다.
하지만 정작
자기 문제는 해결할 수 없었던 토끼.
토끼 자신 역시
혼자라서 외로웠고
밤마다 잠을 못잤으며
걱정 때문에 걱정인
친구였던 것일까?
'귀 큰 토끼의 고민 상담소'는
귀 큰 토끼가 고민을 들어주는 상담소이면서 동시에
귀 큰 토끼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상담소라고 할 수 있겠다.
누군가 한 사람이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누구든 한 사람을 도와줄 수는 있는 그런 상담소.
'귀 큰 토끼의 고민 상담소'를 읽으면서,
하루 중 집에서보다 더 많은 시간을 교실에서 함께 하는
꼬꼬마들과 나는
서로에게 한 마리의 토끼로 살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주고
조금 더 사랑해주고
조금 더 아껴주고.
내가 너희에게
너희 또한 나에게.
우리 토끼들이
위로받을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
우리 토끼들을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잘 지내고 있다고,
마음 아파하지 않고
씩씩하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