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흙의 마녀
인종차별과 폭행의 시기가 만연한 시대에 엠에게 하얀 숙녀가 찾아온다. 이 땅의 희생양을 잡아먹고 자라온 그들은 엠에게 그녀의 딸을 요구하고 당연하지만 엠은 그것을 거절한다. 하얀 숙녀는 앞으로 그들에게 닥칠 미래를 보여주며 눈을 감고, 귀를 막는다면 그녀의 딸만큼은 안온히 살아남을 것을 약속했으나 엠은, 딸 폴린은 이를 거절한다.
아이를 잡아가는 요정과 이 땅의 주술사가 부리는 마법은 지팡이를 들고 마법의 주문을 외치며 빛이 번쩍이는 것이 아닌 그 땅에 오래전부터 내려왔던 것들인 로즈마리, 세이지, 무화과 같은 것들로 이루어진다.
자유를 위해 흘릴 피를 흘리는 것은 두렵지 않지만 그 자유가 꼭 이루어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변화는 고통스럽고 길고 엠, 에멀리는 그것을 믿기에는 너무나 오래 살았다. 그러나 미래를 보는 폴린은 그녀가 본 하얀 집에 흑인 남성이 살고 있는 것들, 자유를 찾기 위해 싸우고 마침내 찾아오는 평화와 같은 것들을 포기할 수 없어 하얀 숙녀에게 그녀 자신을 내주기로 하는데.....
프리덤 라이즈가 시작되기 전, 아직 백인과 흑인이 완전한 차별 속에 놓여있던 때에 오래된 적이 찾아온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조차 입밖으로 내뱉기 어려운 때에 세상이 바뀔거라 믿기에는 너무나 고통스럽고 이대로 안주하기에는 너무 멀리온 시기에 불확실한 미래를 믿고 내달리는 것을 얼마나 어려울지. 그 다음 세대를 위해 폴린을 남겨둔 에멀리와 남겨진 자의 의무와 변하리라 믿고 미래가 현재가 되기까지 살아온 폴린. 그리고 그 아랫세대로 이어지는 에멀리의 이야기까지 하나의 단편 속에 담겨진 이야기는 작가가 어떤 가치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 분명하다.
세상은 아직까지도 혐오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차별 또한 만연하다. 인종차별로 시위가 극대화 되어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기성 세대들은 말한다. 세상은 바뀌지 않았고 너가 내 나이가 되어서도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이것은 작중 에멀리의 시선이다. 그러나 아직 희망을 놓지 않고 싸우고 있는 세대, 폴린이 이야기한다. 언젠가 세상은 바뀔것이고 그것이 지난하고 긴 시간일지라도 그 때는 반드시 올거라고.
흑인이 버스 안에서 자리에 앉는 것 조차 자유롭지 못한 세대에서 지금의 세대에 이르기까지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다. 암울한 현재에 미래가 바뀌지 않을거라는 절망이 다가와도 결국 반드시 변하는 것은 있다는 희망을 주는 메세지가 아주 마음에 와닿았던 단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