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랜 불새 과학소설 걸작선 13
A.E. 밴 보그트 지음, 안태민 옮김 / 불새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위에 100자평에 불새책이 왜이리 비싸냐는 항의성 글에 반박하고자(혹은 이해를 돕고자) 책을 아직 읽지 않은 상태에서 글을 남깁니다. 책에 대한 별점 평가는 어디까지나 일독 후에 내리는 것이라 생각해왔는데, 요새는 기대평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도 생긴듯하니, 기대리뷰를 넘어 응원의 별다섯평을 남기는 정도도 뭐 괜찮지 않을까요.

각설하고, 불새는 1인출판미디어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불새 편집장님에 대해선 전혀 모르지만, 출판업계의 구조에 대해 아주 얇게나마 속사정을 압니다. 어지간한 출판사도 한권의 책을 내기 전에 여러번의 계산기를 두드려야 하는 국내시장에서, 1인출판이란 그야말로 돈버리고 빡세게 일하는 길티플레져적인 악취미생활에 가깝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안정적인 생활비는 고사하고, 다음 책을 내기 위해 군자금을 모으는 것까지 계산하다보면(마케팅/유통회수비용/기타등등의 자금은 전부 별도로 치더라도) 어쩔수없이 책에 붙는 가격이 높아집니다. 출판인쇄를 할수 있는 최소량이 1000부인데, 사실 인쇄소에선 이 정도 소량은 반기지 않는 경향이 강하고, 옵션이라도 붙을라치면(양장, 박치기, 날개, 도비라 등등) 추가비용은 배로 늘어나지요.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불새는 작년에 이와같은 사정으로 한번 출판을 접었다가, 팬들의 간청으로 다시 재간되었습니다. 오로지 몇백명 안되는 국내 SF팬들을 위해서요. 한국에서 SF소설을 내는 출판사는 손에 꼽을 정도이고, 자금줄이 그나마 넉넉한 대형출판사(민음사, 시공사)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사장님들이 깡으로 내시는 겁니다. 그런데 그것도 어느 정도 명망이 보증된 작가에 한해서입니다. 그에 비해 불새의 컬렉션은 도박에 가까운 작가나 작품들이 대다수입니다. SF니까 일단 닥치고 보자,하는 팬들에게만 기댈 수 밖에 없죠.

비싸서 못사겠다 싶으시면 대안은 있습니다. 원서를 읽으시라는 것. 원서는 펄프 페이퍼백으로도 나와 아주 저렴합니다. 아마존같은 곳에서 특급우편으로 주문해도 번역판보다 값이 덜 들겁니다. 영어가 힘드시면 일어도 됩니다. 일본 역시 저렴한 문고판으로 한국보다 열댓배쯤 많은 진귀한 SF소설들을 신구간 할것없이 찾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영미권은 그렇다쳐도 일본 역시 SF 독자가 그렇게 대단히 많은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다양한 책들이 꾸준히 나옵니다. 이는 출판시장의 인프라가 한국보다 안정적인 것을 뜻하기도 하겠지만, 출판시장의 안정이라는 것은 독자, 즉 구매자로부터 나옵니다. 한국의 출판 시장과 도서정가제가 안정을 찾으려면 비싸서 못사는 독자보다 비싸더라도 사는 독자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 제 개인적 소견입니다. 최소한 애정하는 장르의 문학이 개인의 취향을 떠나 다음 세대로 명맥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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