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로열 - 제149회 나오키상 수상작
사쿠라기 시노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일본 여성 작가의 소설인데 어쩐지 한국 여성 작가의 소설 같다. 이름이나 지명을 한국식으로 바꿔 내놓아도 크게 어색한 부분이 없을 정도로 놀랄만큼 이 소설은 한국식 정서에 가깝다. 그늘진 현실을 감정과잉 없이 담담히 묘사하는 스타일은 어딘가 작가 김이설을 떠올리게도 한다.

사람 사는 게 거의 비슷할터인데도 한국과 일본 순문학은 미묘한 정서적 차이가 있다. 최근 독서가들 중에, 특히 젊은 세대들이 한국소설보다 일본소설을 좀더 찾는 것은 이 정서적 밀도감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국 소설은 대체로 날 것 그대로 후벼파고 드러내는 반면, 일본 소설은 미화까진 아니더라도 슬그머니 숨기는 구석이 있다. 어느 쪽이 더 깊이가 있다없다의 문제가 아니라 단지 표현해내는 방식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본소설은 스토리텔링이 강한 소설이 아니면 심리적인 측면에서 작가가 어떤 의중을 갖고 집필했는지 온전히 파악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비슷한 굴곡을 지닌 캐릭터를 묘사한다해도 한국소설은 캐릭터와의 교감을 인풋하는 반면, 일본소설은 아웃풋 하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내 일처럼 공감되기보다 남의 일처럼 공감되어 읽기가 덜 힘든 것이다.

여태껏 그런 차이를 의식하며 일본의 여성 소설을 읽어왔기에 이 소설의 문체는 익숙하면서도 또한 신선해마지 않았다. 이런 작가가 이제야 소개되었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아쉬우면서도 그나마 반가운 일이다. 단편집이지만 연작 형태라 편마다 밀도감은 있어도 호흡하기 좋고,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스치는 듯한 문장 하나로 연결고리를 이루고 있어 작품 내부에서는 물론 독자와의 연대감을 더한다.

관능소설가라 해서 묘사가 다소 적나라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뜻밖에도 섹슈얼한 느낌을 최대한 배제시키며 담백하게 묘사해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군더더기 없는 묘사로 인해 그려지는 모습이 자극적이기보다 행위의 당위성과 캐릭터가 부각되는 느낌이었다. 세련미마저 느껴지는 것이, 작가의 본격 관능소설을 읽어보고 싶어지기도 했다.

여전히 힐링이라는 말이 유효한 요즘에, 때론 타인의 고통을 마주하는 것이 힐링이 된다. 누군가 나를 달래주길 바랄 때도 있지만, 왜 사는지 도무지 모를겠을 때에는 그저 꾸역꾸역 사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해답 아니 해답을 찾게된다. 어차피 사는거, 누구나 똑같구나 하고 푸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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