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두리 없는 거울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박현미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일본에서 시작되어 한국까지 널리 퍼진 도시괴담을 재해석하여 꾸민 단편집...이라기엔 작가가 거저먹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참신성이 부족하다. 그만큼 너무 흔히 들어본 괴담을 써먹어서다. 츠지무라 미즈키라는 네임밸류에 비추어 볼땐 임팩트가 약하다.

사실 한국에선 호러 장르가 그다지 잘 팔리지 않는다. 책 좀 읽는다 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호러만큼은 싫다는 사람도 꽤 된다. 그런데 여름만 되었다 하면 호러 영화를 만드는 건 또 희한하다. 비주얼로 만들어진 건 찾아보는 관객층이 책으로는 읽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시각적 자극보다 문자적 자극이 덜해서일거란 편견 때문일까.

그에 비하면 일본은 호러천국이다. 한국엔 미쓰다 신조나 교고쿠 나쓰히코, 그리고 미야베 미유키나 오노 후유미, 온다 리쿠가 호러 비슷한 소설을 가끔 쓰는 정도만 알려져 있지만 진짜 알짜배기 호러 전문 소설가들이나 작품은 아직 제대로 소개되지도 않았다. 이는 괴담류의 귀신 이야기는 그나마 정서상 통하지만 하드고어물에는 영 익숙해지지 않는 한국 독서 취향탓이지 싶다. 심지어 추리소설가 이전에 하드고어 기괴소설의 장르를 개척한 에도가와 란포의 걸작들조차 극히 일부만 소개되었을 정도니, 호러 애호가로서는 안타까운 마음을 부여잡고 원서에 기대는 수밖에.

이런 어정쩡한 작품을 번역하느니 차라리 이 작품이나 저 작품를 내달라 출판사에 요구라도 하고 싶지만 안그래도 척박한 한국의 독서 시장은 베스트셀러나 무슨무슨상 수상자라는 네임밸류가 있어야 책이 선택되어지는 나라다. 스펙 따지며 몰개성화 하는 이 나라가 지긋지긋 하다면서도 결국 책 한권 영화 한편조차도 스펙으로 고른다. 다양성이 제한되어 있는 나라에서 그 누구가 당당하게 자신의 독서 스펙을 자랑할 수 있을까.

그래도 이 책에 별넷을 준건 그나마도 감지덕지 해야할 정도로 없는 장르의 소설이니까. 그리고 작가가 그 `흔한 괴담`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고 `아이들이 괴담에 천착하는 이유`에 대해 고찰하고자 이 소설을 쓴거라면 그건 그 각도에서 읽어야 할 것 같아서다. 그러니까 이건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라 `무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이유`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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