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벼가 자란다 - 논농사와 벼의 한살이 ㅣ 어린이 들살림 4
도토리 기획 엮음, 김시영 그림 / 보리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벼가 자란다>를 읽고, 어릴적 생활 그 자체였던 논이 생각나 한참을 팔을 괴고 앉아있었던 기억이 난다. 특별히 한 일의 기억보다는 놀았던 기억이 다지만, 모를 던지는 아저씨들의 모습과 줄줄히 모가 심어지던 모습 그리고 흙탕물에 발을 담그고 놀다보면 간질간질~ 다리에 달라붙어 있던 거머리의 느낌 등......
벼가 심어지던 논은 벼의 존재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일년내내 함께하는 생활공간이었다. 특히 남쪽에서 자란 이들에게는 겨울의 그 파란 보리싹도 눈에 아른거린다. 겨울이면 벼 벤 자국외에 다른 것은 없고, 얼음놀이터가 되는 중부지방과는 달리 많은 추억이 있는 공간이다.
우리 전통문화의 기초이면서 또한 우리 먹을거리의 기본이 되는 쌀과 벼농사에 대해 친절하게 알려주는 그림책으로 날짜와 제목이 있어서 언제 논갈이를 하고 씨를 뿌리는지, 모내기를 하고 벼를 베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초등학교 아이가 쓰는 일기형식으로 구성되었다.
논에는 벼만 자라는 것은 아니다. 풀, 새, 곤충, 동물 등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 속에 논도 하나의 생태계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논갈이 때는 제비꽃, 민들레, 쑥, 개구리를, 모내기 때는 많이 있는 드렁허리를, 김매기 때는 우렁이, 소금쟁이, 물방개, 잠자리, 개구리, 뱀, 다슬기, 미꾸라지 등......
뒤쪽에는 보리출판사의 책들에 항상 있듯이 '논농사와 벼의 한살이'를 두어 본문내용에 싣지 못한 논농사 과정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했다. 또한 논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풀들에 대해서도 우리가 먹는 여러 가지의 쌀과 맛있는 곡식도 글과 함께 세밀화로 그렸다.
밥보다는 빵을 찾는 우리 아이들을 볼 때면 여러가지 고민이든다. 한창 벼가 익어가고 있어야할 요즈음 태풍으로 인해 쓰러진 벼와 올 여름의 지나친 비로 쭉정이가 많다는 벼들에 대한 소식을 들을 때면 일년내내 그것들만 바라보고 열심히 농사지으신 분들게 내가 뭔가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듯이 미안한 마음에 울적해진다.
아이들과 가을에는 추수라도 도우러 갈 계획은 어떨지......